"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 원, 꼭 알아야 할 것 총정리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 원, 꼭 알아야 할 것 총정리
국내 11개 항공사 전면 금지
반입은 되지만 충전은 절대 안 돼

작년 1월 보조배터리 화재로 동체가 전소한 에어부산 항공기 /연합뉴스
오늘(23일)부터 국내 여객편을 운항하는 모든 항공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티웨이항공이 23일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조치에 동참한다고 밝히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내 11개 항공사 전체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게 됐다.
승객들은 기내에 보조배터리를 들고 탈 수는 있지만, 이를 이용해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거나 보조배터리 자체를 충전하는 행위는 일절 할 수 없다.
전자기기 충전이 필요할 경우 좌석에 마련된 전원 포트를 이용해야 하며, 충전 포트가 없는 기종이라면 탑승 전 미리 충전을 마쳐야 한다.
가져가는 건 되는데 쓰는 건 안 된다? 잇따른 기내 화재가 부른 초강수
이러한 전면 금지 조치의 배경에는 최근 국내외에서 연달아 발생한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가 있다.
지난해 1월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여객기에서 보조배터리에 불이 나 기체가 전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10월에는 중국 항저우발 인천행 여객기가 보조배터리 화재로 푸둥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8일 인천발 홍콩행 여객기 내에서 보조배터리가 발화했고, 같은 달 10일 청주로 향하던 여객기 내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아찔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화물칸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것을 국제 기준상 금지해 온 기존 조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내에서의 ‘사용’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기내 반입은 허용해 승무원의 감시하에 즉각적인 화재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되, 과열이나 단락(합선)으로 인한 폭발 위험이 급증하는 충전 및 사용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승객은 보조배터리를 기내에 반입할 때 절연 테이프를 단자에 붙이거나 비닐백, 개별 파우치에 한 개씩 넣어 보관하는 등 합선 방지 조치를 해야 하며, 좌석 앞주머니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아랍에미리트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미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일본 역시 오는 4월부터 자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 내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내 물건 내가 쓰겠다는데”…법적 쟁점 살펴보니 ‘과잉 규제’ 아냐
내 돈 주고 산 보조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아닐까.
법률적으로 살펴보면 항공사의 이번 조치는 정당한 안전조치로 인정된다. 항공보안법 제21조 제1항은 누구든지 항공기에 연소성이 높은 물건 등 위해물품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보조배터리는 과열과 충격 시 폭발 위험이 있어 이 ‘연소성이 높은 물건’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6685 판결 참조).
또한, 헌법재판소는 항공보안을 위한 추가적인 보안 통제가 다수 승객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우월한 공익을 위한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8. 2. 22. 선고 2016헌마780 결정). 즉, 승객의 일시적인 불편보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기내 화재 예방이 훨씬 중요한 법익이라는 것이다.
항공보안법 시행규칙 제10조의 맥락에 비추어 볼 때, 단자를 테이프로 막으라는 단락 방지 조치 요구 역시 위해물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요구로 해석된다.
몰랐다고 봐주지 않는다…위반 시 과태료 폭탄에 민형사상 책임까지
만약 승객이 승무원의 제지를 무시하고 몰래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다 적발되면 어떻게 될까.
항공보안법 제23조 제4항에 따라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같은 법 제49조 제2항 제2호에 의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제23조 제7항을 근거로 탑승 자체가 거절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몰래 사용하다가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다. 이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막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 형법상 실화죄(제170조) 또는 업무상실화죄(제171조)가 성립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2015. 4. 22. 선고 2015고단31 판결 참조).
항공사의 ‘사전 고지’ 없었다면? 승객도 손해배상 청구 가능해
다만, 이 모든 규제가 적법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항공사의 ‘명확한 사전 고지’가 필수적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계약 체결 시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특히 좌석에 전원 포트조차 없는 장거리 노선의 경우,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는 승객이 항공권 구매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에 해당한다.
만약 항공사가 항공권 예약이나 구매 단계에서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약관규제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해당 금지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나아가 사전 고지 의무 위반으로 인해 승객이 예상치 못한 불편을 겪거나 업무상 손해(중요한 연락 두절 등)를 입었다면, 민법 제390조 및 제750조에 근거해 항공사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항공 대란과 승객의 불만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항공사들의 철저한 사전 고지 시스템 구축과, 전 좌석 충전 포트 설치 등 대체 인프라의 신속한 확충에 달려있다.
승객 역시 탑승 전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전자기기를 미리 충전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