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상간자 소송, 합쳤더니…내 재산 정보가 상간자 손에?
이혼·상간자 소송, 합쳤더니…내 재산 정보가 상간자 손에?
'효율' 택하려다 '사생활' 노출…변호사들이 말하는 병합소송의 함정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 소송과 상간자 소송을 병합하면, 상간자가 재산분할, 양육권 등 부부의 모든 민감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 / AI 생성 이미지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과 상간자 소송을 동시에 준비 중인 A씨. 소송을 한 번에 끝내려 배우자와 상간자를 공동 피고로 묶었더니, 나의 모든 재산과 양육권 다툼 등 민감한 정보가 상간자에게 낱낱이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효율성과 사생활 보호의 갈림길에서 전문가들은 무엇을 조언할까.
"내밀한 부부 사생활, 상간자가 모두 본다"…현실이 된 우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이혼을 결심했을 때, 많은 이들이 배우자와 상간자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 이때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혼 소송과 상간자 손해배상 소송을 하나의 절차로 묶는 '병합 소송'을 고려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선택이 예상치 못한 '사생활 노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변호사는 "같이 하는 게 이혼소송에 도움이 되나, 소송 기록을 상간자도 보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소송을 병합하는 순간 상간자는 소송의 당사자로서 재산분할 내역, 자녀 양육권 다툼 등 부부의 가장 민감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법무법인(유한) 랜드마크 양지인 변호사 역시 "상간자가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등 다 알아도 괜찮으신지 기준으로 고려해 보세요"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효율'이냐 '보안'이냐…전문가들 "별도 소송이 전략적"
병합 소송은 분명 하나의 절차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효율성이 있다. 그러나 다수의 변호사들은 사생활 보호와 소송 전략 측면에서 두 소송을 분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변호사는 "병합 소송의 경우 모든 피고가 동일한 소장을 받게 되며, 증거자료도 공유됩니다. 따라서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상간자에게도 모두 공개되는 부담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송 진행 과정에서 피고들이 서로 입장을 공유하며 대응할 가능성도 있어, 전략적으로 불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피고들 간의 연합 전선 형성 가능성을 우려했다.
소송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법무법인 선 장혜진 변호사는 "상간자 소송은 일반적으로 이혼 소송보다 단 기간에 종결될 수 있음에도, 이혼 소송과 병합하여 진행하는 경우 상간자 소송까지 길어질 수도 있는 점 또한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며 불필요한 시간 소요 가능성을 경고했다.
법으로 보장된 '열람권',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상간자가 이혼 소송의 모든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민사소송법상 보장된 '소송기록 열람·복사권' 때문이다. 소송 당사자는 소송에 제출된 모든 서류와 증거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 병합 소송에서 상간자는 배우자와 함께 '피고'라는 소송 당사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이혼 소송의 모든 기록을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진 이동규 변호사는 "피고1, 피고2에게 소송을 제기하셨다면 피고2도 피고1의 소송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 역시 "상간자도 이혼소송 관련 모든 자료(재산분할, 양육권, 혼인파탄 사유 등) 열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배우자의 잘못을 단죄하려다 나의 모든 것을 제3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소송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상황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어떤 전략이 최선일지 법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