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먹이지 말랬는데, 먹여놓고 "착오였다" 변명…변호사들 "통하지 않을 것"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김밥 먹이지 말랬는데, 먹여놓고 "착오였다" 변명…변호사들 "통하지 않을 것"

2021. 08. 24 17:46 작성2021. 08. 24 17:55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복지시설에서 식사 중 사망한 장애인 장씨⋯사인은 질식사 추정

CCTV 확인 한 유족이 발견한 모습 "거부하는데 강제로 김밥 먹여"

"직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장애인복지법 위반 적용 가능, 시설장도 책임 피하기 어려워"

장애인 장씨는 장애인 시설에서 식사를 하다가 사망했다. CCTV에는 시설 직원들이 장씨에게 김밥 등을 억지로 먹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직원들의 학대로 장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직원들의 법적 책임을 알아봤다. /유튜브 'SBS 뉴스' 캡처⋅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인천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식사를 하다가 쓰러진 20대 장씨. 자폐성 장애 1급인 그는 그 이후로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사인은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장씨의 부모가 시설 CC(폐쇄회로)TV를 확인해보니 충격적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시설 직원 3명이 장씨에게 김밥 등을 '억지로' 먹이는 장면이 찍혀 있었기 때문. 평소 장씨의 부모는 "아들이 싫어하니 김밥을 먹이지 말라"고 당부했던 터였다.


장씨가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음식을 거부해도 소용 없었다. 직원들은 장씨를 의자에 앉히고 양쪽에서 장씨의 어깨 등을 붙잡았다. 그리고 또 음식을 먹게 했다. 결국 장씨는 도망쳤지만 이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병원에 옮겨진 장씨의 기도에선 김밥과 떡볶이 떡(약 4.5cm)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족은 직원들의 학대로 장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밥 강제로 먹인 시설 직원들이 받게 될 '형사상 책임'

유족 측이 직원들의 잘못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장씨에게 김밥을 먹이지 말라고 시설에 얘기했는데 거부하는 장씨에게 강제로 김밥을 먹였고 △기도에 걸린 음식을 빼내지 않고 심폐소생술만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설 측은 "(김밥을 먹인 건) 착오가 있었다"고 밝힌 상황.


하지만 변호사들은 "유족 주장과 현재 정황에 비춰볼 때 직원들이 장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①업무상과실치사(형법 제268조)

먼저,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무 특성상 직원들은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의 특징을 알고 보살펴야 한다.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는 "시설 직원들에게 보호 대상자(장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과실와 응급처치 미흡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착오였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진률의 김진휘 변호사 또한 "장씨를 보호·감독해야 할 시설 관계자가 부모의 특별한 당부에도 주의하지 않았고, 장씨가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 음식을 먹였다"며 "이러한 행동만 놓고 보더라도 과실이 인정되기 충분하여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박석주 변호사도 위 의견에 동의하며 "시설에 '김밥을 먹이지 말라'고 알린 메시지 등이 있다면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혐의가 적용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법률사무소 진률의 김진휘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의 박석주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법률사무소 진률의 김진휘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의 박석주 변호사. /로톡DB


②장애인복지법 위반(제59조의9)

장애인복지법 위반도 고려할 수 있다. 정현우 변호사는 "CCTV에 장씨가 음식물 섭취를 완강히 거부하는 장면도 녹화돼 있다"며 "피해자인 장씨가 극도로 싫어하는 음식물을 강제로 먹인 이 행동은 해당 법률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❶)로 평가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박석주 변호사는 "사망한 장씨에게 억지로 김밥을 먹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장애인복지법 상 폭행'(❷)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두 행동(❶·❷) 모두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에 명시된 '금지행동'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시설 측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진휘 변호사는 "시설장이라 해도 이번 사건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 해당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석주 변호사도 "장애인복지법 제89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시설 또는 시설장이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벌금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양벌규정'은 법인에 소속된 개인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 행위자뿐 아니라 위반 행위 방지에 주의 감독을 소홀히 한 법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어 "직원과 시설장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에 따라 10년의 범위 내에서 취업 제한을 받게 된다"며 "당연히 관련 시설 운영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민사상 책임도 따질 수 있다. 정현우 변호사는 "유족들은 시설 및 직원들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며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금이 판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