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서 밥 먹는데 낯선 남자가 '삑삑삑'... 집주인이 알려준 비밀번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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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밥 먹는데 낯선 남자가 '삑삑삑'... 집주인이 알려준 비밀번호라니

2025. 09. 05 14:2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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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점검 명목, 세입자 동의 없는 무단 침입... 주거침입죄 성립될까

A씨가 원룸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소방점검원이 집주인이 알려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주거침입 아닌가?/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전문가들 '집주인·침입자 모두 책임... 증거 확보 후 경찰 신고해야'


"방 안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비밀번호를 누르고 낯선 남성이 들어왔다." 혼자 사는 원룸에 집주인이 알려준 비밀번호로 점검 기사가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거침입죄 논란이 일고 있다.


옛 모텔을 개조한 원룸에 사는 A씨에게 그날은 평범한 저녁이었다. 식사를 하던 중 현관 도어락에서 '삑, 삑, 삑'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생전 처음 보는 남성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A씨가 경악하며 "어떻게 들어왔냐"고 묻자, 남성은 태연하게 "소방점검 때문에 왔고, 주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답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나만의 공간에 대한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집주인이 내 동의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비밀번호를 넘겨줬다는 사실에 A씨는 극심한 공포와 배신감을 느꼈다.


소방점검이면 다 용서되나?...'사전 고지' 없는 침입


법률 전문가들은 이 경우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윤 변호사는 "주거침입이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들어오는 행위뿐 아니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설령 소방점검이라는 목적이 있었더라도, 거주자의 사전 동의나 최소한의 통보 절차를 건너뛴 침입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점검 기사는 '집주인이 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다르다.


김시은 변호사는 "아무리 집주인이고 소방점검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여도, 별도의 임차인이 있는 상황이라면 적법하게 원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에게 사전 통지 및 승낙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긴급한 화재 상황이 아닌 이상, 점검을 이유로 한 무단출입은 정당화될 수 없다.


비밀번호 알려준 집주인, 책임 없나?


이번 사건의 불씨를 제공한 집주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 기간 동안 세입자의 주거 평온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남천우 변호사는 "비록 건물주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임대차 기간 중에는 임차인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세입자 동의 없이 임의로 비밀번호를 제3자에게 알려준 행위는 매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했다.


결국 침입한 남성뿐만 아니라, 비밀번호를 넘겨준 집주인까지 주거침입의 공범(함께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권민정 변호사는 "실제로 들어온 남성과 비밀번호를 알려준 건물주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 집 지키려면... 당장 해야 할 일은?


A씨와 같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증거 확보에 나설 것을 조언한다. 김기윤 변호사는 "CCTV, 출입 시각, 침입자와의 대화 녹취, 집주인과의 문자 메시지 등 관련 증거를 빠짐없이 정리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증거가 확보됐다면 즉시 경찰에 주거침입 혐의로 신고하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형법 제319조에 따르면 주거침입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형사 고소가 부담스럽다면, 법무법인 명의로 '내용증명(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 특정 내용을 알리는 우편)'을 보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 전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조기현 변호사는 이 방법이 "상대방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소송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가장 시급한 조치는 현관 비밀번호를 즉시 바꾸는 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나만의 공간이 한순간에 불안의 진원지가 된 지금, 무너진 일상을 되찾기 위한 법적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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