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굴착기로 경계 말뚝 덮은 부자…법원 “고의·인식불능 없으니 무죄”
[단독] 굴착기로 경계 말뚝 덮은 부자…법원 “고의·인식불능 없으니 무죄”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경계 인식 불능 결과 발생 없었고 고의 단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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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강원 횡성군에서 이웃지간인 피해자 C와 부자(父子)인 피고인 A, B 사이에 토지 경계 분쟁이 발생했다.
피해자 C는 주위토지통행권 소송을 통해 확보한 토지 경계에 측량을 거쳐 경계 말뚝을 설치했다.
그러나 문제는 2023년 3월 4일 오후 1시경 불거졌다.
피고인 A은 아들인 피고인 B에게 지시했고, B는 굴착기를 이용해 이 경계 말뚝을 흙으로 덮어버려 그 경계를 알 수 없게 했다는 공소사실로 두 사람은 경계침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사건 2024고정259).
"경계 훼손 의도 없었다"... 경찰 발견이 바꾼 운명
경계침범죄는 토지의 경계가 어떠한 행위로 인해 '인식불능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성립되는 범죄다.
대법원 판례 역시 경계를 침범하고자 하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하여 토지 경계 인식불능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본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재판부 박현진 판사)은 이 사건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여러 정황을 확인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경계의 존치 확인: 피고인들은 굴착기 작업 중 피해자가 설치한 경계 말뚝 자리에 이와 맞닿을 정도로 하우스 파이프를 박아놓았다. 현장 확인을 위해 출동한 경찰관들 역시 피고인들이 설치한 이 하우스 파이프를 기준으로 그 자리를 삽으로 파내어 약 50cm 아래 흙 속에서 피해자의 경계 말뚝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고의성 부재: 피고인들은 굴착기 작업 중 경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계 말뚝 자리에 하우스 파이프를 박아놓았다고 변소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경계 말뚝 자리에 이와 맞닿을 정도로 파이프를 박거나 현황을 촬영까지 해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변소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다.
- 증거 부족: 사건 당일의 CCTV 영상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경계 말뚝을 훼손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 이후에 어떠한 원인으로 경계 말뚝이 땅속에 묻히는 등으로 훼손되었는지 알 수 있을 만한 다른 증거도 없었다.
재판부, "경계침범의 핵심 요건 충족 안 돼 무죄" 선고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이 물리적 한계로 인해 하우스 파이프를 경계 말뚝과 완전히 동일한 지점에 박아넣지는 못했더라도, 최대한 근접하여 설치한 이상 경계가 인식 불능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거나, 피고인들에게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결과적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 A과 피고인 B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토지 경계침범죄의 성립을 위해서는 행위자의 고의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계의 '인식 불능'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법적 쟁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