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산 수술 나흘 만에 연인 강간·특수폭행…집착이 불러온 비극, 징역 3년 6개월
[단독] 유산 수술 나흘 만에 연인 강간·특수폭행…집착이 불러온 비극, 징역 3년 6개월
피해자 "차라리 죽여라" 소리치자 주방으로 가 식칼 들어 위협
법원 "직접 칼 안 썼어도 특수폭행 성립"
![[단독] 유산 수술 나흘 만에 연인 강간·특수폭행…집착이 불러온 비극, 징역 3년 6개월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81838977656218.jpg?q=80&s=832x832)
동거하던 연인을 장기간 폭행하고 유산 수술 나흘 뒤 강간한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셔터스톡
동거하던 연인이 다른 남성과 연락했다는 이유로 장기간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심지어 유산 수술을 받은 지 나흘밖에 안 된 피해자를 강간한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송현)는 강간, 특수폭행, 재물손괴,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지난 4월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5년간의 취업제한을 함께 명령했다.
대화 훔쳐보고 안경 파손⋯점점 잔혹해진 폭행
A씨와 피해자 B씨(여⋅28세)는 지난 2024년 6월부터 교제를 시작해 광주의 한 원룸에서 함께 살던 연인 사이였다. 두 사람의 비극은 A씨의 왜곡된 집착과 통제에서 비롯됐다.
시작은 그해 9월 중순 새벽이었다. A씨는 B씨가 채팅 프로그램으로 다른 남성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과의 잠자리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격분했다.
A씨는 B씨가 쓰고 있던 안경을 강제로 빼앗아 반으로 접어 부순 뒤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이어 B씨를 침대로 밀치고 뺨을 주먹으로 두 차례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수사 단계에서 A씨는 "실랑이를 벌이다 실수로 안경을 밟은 것뿐"이라며 손괴의 고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당일 오전 지인에게 "안경을 창밖으로 집어던져서 없다", "옷도 다 가위로 자르려고 한다"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결정적 근거로 삼았다.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일치하는 반면, 말을 계속 바꾼 A씨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며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차라리 죽여라" 절규에 식칼 든 남성⋯"안 썼어도 휴대성 인정"
A씨의 폭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위를 더해갔다.
2025년 2월 22일 저녁, B씨가 다른 남성과 통화하는 것을 들은 A씨는 다시 이성을 잃었다.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확인하던 중 연락 흔적을 발견하자, 방 안에 있던 휴대전화와 의자를 B씨를 향해 거칠게 내던졌다. 의자가 부딪힌 벽면이 손상될 정도의 강한 충격이었다.
A씨는 B씨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정강이로 온몸을 찼으며, 손으로 목을 강하게 압박했다.
장시간 이어진 폭행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B씨가 "차라리 죽여라"고 비명을 지르자, A씨는 "그러자"라고 답한 뒤 곧장 주방으로 걸어가 식칼을 손에 쥐었다.
법정에서 A씨는 "베란다를 오가며 담배 재떨이를 만들려다 설거지통에 쌓여있던 그릇과 칼이 바닥에 떨어졌고, 이를 주워서 싱크대 위로 올려두었을 뿐 위협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법상 특수폭행죄의 '휴대하여'라는 개념을 엄격하게 적용해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유산 수술 나흘 뒤 강간⋯사업자등록증 위조 혐의까지 처벌
A씨의 집착이 낳은 최악의 범행은 같은 해 6월 26일 오후에 발생했다.
B씨가 원룸 안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는 이유로 화가 난 A씨는 또다시 정강이로 B씨의 허벅지를 짓눌렀다.
이어 멱살을 잡아 바닥에 꿇어앉힌 뒤 "네가 밑바닥을 아느냐"며 머리채를 잡고 반항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A씨는 가학적인 유사성행위를 강요한 뒤, 침대로 끌고 가 옷을 강제로 벗기고 강간을 감행했다.
심지어 이 날은 피해자 B씨가 유산으로 인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지 고작 나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여기에 더해 A씨는 지난 2023년 5월, 여수세무서장 명의의 사업자등록증 서식을 임의로 작성하고 세무서장 관인 모양을 붙여 출력한 '공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까지 발각되어 이번 재판에서 함께 처벌을 받게 됐다.
법원 "집착에서 비롯된 반인륜적 범행, 엄벌 불가피"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A씨의 범죄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거하던 연인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피해자가 유산 수술을 받아 몸조리조차 끝나지 않은 극도로 취약한 상태임을 알면서도 가학적인 방법으로 강간에 나아가 그 죄질이 지극히 불량하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폭행 과정에서는 위험한 물건인 의자와 휴대전화를 던져 벽면이 파손될 정도였고, 칼을 드는 등 범행 기법 역시 대단히 위험했다"며 "피고인이 과거에도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자중하지 않고 연인에 대한 그릇된 집착과 소유욕으로 이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실형 선고를 통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참고]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 2025고합760 판결문 (2026. 4. 1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