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아니냐" 물었지만…의사의 비극적 오발치
"오른쪽 아니냐" 물었지만…의사의 비극적 오발치
"왼쪽 맞다" 위생사 확언에 발치…시스템 책임 공방 예고

한 치과의사가 병원 시스템 오류와 동료의 잘못된 정보로 환자의 치아를 잘못 뽑았다. / AI 생성 이미지
“오른쪽 치아가 아니냐?” 수술대 위에서 치과의사가 던진 마지막 확인 질문이었다. “왼쪽이 맞다”는 동료의 확언을 믿고 치아를 뽑은 그는 이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법정에 설 위기에 처했다.
병원의 강권, 잘못된 정보, 부당해고 후 이어진 보복성 고소까지. 한 페이닥터의 억울한 사연을 둘러싼 법적 책임 공방이 치열하다.
"오른쪽 아니냐?" 필사의 확인…시스템이 만든 함정
치과의사 A씨의 악몽은 한 임플란트 수술에서 시작됐다. 그는 평소 기피하던 수면마취 진료여서 대표원장에게 넘기려 했지만, 병원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집도에 나섰다.
수술 직전, A씨 자신이 진단하지 않은 치아가 발치 목록에 추가되었고, 대표원장은 신규 환자 진료까지 동시에 지시해 극도로 급박한 상황으로 그를 내몰았다.
수술대 위에서 불길함은 현실이 됐다. 발치할 치아가 괜찮아 보인다는 의구심에 A씨는 옆에 있던 위생사에게 “오른쪽 치아가 아니냐”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왼쪽 치아가 맞다”는 단호한 확언이었다.
결국 A씨는 그 말을 믿고 발치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애초에 뽑아야 할 치아는 오른쪽이 맞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진료에 참여한 통역사가 차트에 치아 위치를 잘못 기재하면서 시작된 병원 시스템의 구조적 오류였다.
합의 막고 해고…노동위 승소하자 '보복 고소'
사고 직후 A씨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환자와 합의하려 했다. 하지만 대표원장은 이를 가로막았다.
사고 발생 불과 일주일 만에 A씨에게 무급 대기발령을 내리며 환자와의 접촉 자체를 원천 차단했다. 결국 병원에서 쫓겨난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해 승소했다.
기쁨도 잠시, 한 달 뒤 경찰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대표원장과 환자가 그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A씨는 병원의 총체적 과실이 사고의 원인이었고, 자신의 합의 노력마저 병원이 방해했으며, 노동위 승소에 대한 보복으로 고소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그의 손에는 당시 상황이 담긴 다수의 녹취록이 있었다.
법조계 "명백한 방어 사유" vs "집도의 최종 책임" 팽팽
A씨는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의 변호인들은 ▲발치 직전 재차 확인 질문을 던져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이행하려 한 점 ▲위생사의 오정보와 통역 오류 등 병원 시스템의 문제가 개입된 점 ▲대표원장의 강권과 수술 개입으로 독립적 판단이 어려웠던 점 등을 근거로 무혐의나 기소유예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오지영 변호사는 "고소의 동기 측면에서도, 질문자께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 승소를 한 후 한 달 만에 대표원장이 환자와 함께 고소한 정황은 보복적 고소의 성격이 강하므로, 이 점도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주장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하진규 변호사 역시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오히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라며 A씨의 행위에 주목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집도의의 최종 책임은 원칙적으로 무겁다는 것이다.
정준현 변호사는 "병원의 지시나 보조 인력의 오안내가 있었다 하더라도 집도의는 최종적인 의료 판단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형사 책임이 제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아람 변호사 또한 "의료행위에서 최종 책임은 원칙적으로 집도의에게 귀속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생사가 그렇게 말했다'거나 '병원이 그렇게 지시했다'는 사정만으로 과실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개인의 실수를 넘어선 병원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