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내 돈 훔쳐도 무죄?" 70년 '가족 면죄부' 효력 정지, 이제 횡령도 엄벌
"아들이 내 돈 훔쳐도 무죄?" 70년 '가족 면죄부' 효력 정지, 이제 횡령도 엄벌
헌재,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
2026년부터 실질적 형사처벌 시대 열려

가족 간 재산 범죄를 무조건 면죄해주던 '친족상도례'가 효력을 잃으며, 이제는 가족 간 횡령·절도도 엄격한 처벌 대상이 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재산 범죄를 법이 묵인하던 시대가 끝났다. 70년 넘게 유지되어 온 ‘친족상도례’ 제도가 사실상 그 효력을 잃으면서, 이제는 아들이 아버지의 노후 자금을 가로채거나 배우자가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도 엄연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과거 우리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등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 사기, 횡령, 배임 등의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을 면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2026년 현재, 이러한 ‘가족 면죄부’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족 도둑' 지켜주던 법, 7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그동안 친족상도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 가족 스스로 해결한다"는 취지로 운영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고령의 부모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재산 침해 사건에서 가해자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어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아버지가 아들의 예금 수천만 원을 횡령하거나, 동거하는 형제가 동생의 전 재산을 가로채도 법원은 법에 따라 ‘형 면제’ 판결을 내려야만 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아무리 강력한 처벌을 원하더라도 법정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2020헌바341, 2021헌바420, 2024헌마146 결정). 헌재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실제 유대관계를 묻지 않고, 범죄의 규모나 피해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헌재 "피해자 권리 무시하는 형 면제는 위헌"... 2026년 변화의 핵심
이번 결정의 핵심은 입법 시한인 2025년 12월 31일이 지나면서 해당 조항의 적용이 전면 중지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2026년 현재 발생하는 직계혈족 및 배우자 간의 재산 범죄는 일반 범죄와 동일한 잣대로 수사와 기소가 진행된다.
다만, 모든 가족 범죄가 동일하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비동거 사촌이나 8촌 이내 혈족 등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친척 간의 범죄는 여전히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 규정(형법 제328조 제2항)이 유지된다.
결과적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인 직계혈족과 배우자, 동거가족 간의 범죄에서 ‘형 면제’라는 절대적 특혜가 사라진 것이 이번 변화의 가장 큰 골자다. 이는 범죄 피해를 입은 가족 구성원이 국가 공권력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내 돈 가져간 자식·배우자, 이제는 법정 세워 직접 처벌 요구 가능
제도의 변화로 피해자의 법적 권익은 대폭 강화됐다. 과거에는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형식적인 재판에 그쳤으나, 이제는 피해자가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라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 정도와 처벌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 피해 회복의 실효성이 높아졌다. 유죄 판결이 가능해짐에 따라 피해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지루한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형사 판결과 동시에 피해 금액을 돌려받으라는 법적 명령을 받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가족 내 소수자나 약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은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명분 아래 방치되었던 범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가족 간이라도 타인의 재산을 침해하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