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장남 줘라" 포스트잇 유언…효력 있는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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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장남 줘라" 포스트잇 유언…효력 있는지 살펴보니

2026. 03. 03 10:35 작성2026. 03. 03 10:35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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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먼저 챙긴 여동생, 상속분에서 빠진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생을 청렴한 공직자로 살다 여든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삼 남매 앞에는 12억 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와 현금 1억 원이라는 유산 문제가 닥쳤다.


장남 A씨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진 못했지만, 부모님 댁 근처에 살며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반찬을 나르고 편찮으신 아버지의 병원 수발을 전담했다. A씨의 유일한 바람은 홀로 남은 어머니가 살고 계신 아파트만큼은 자신이 물려받아 끝까지 어머니를 봉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례가 끝나자마자 동생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학군 좋은 곳으로 무리하게 이사하느라 대출을 받은 남동생은 당장 아파트를 팔아 법대로 똑같이 나누자고 재촉했다. 10년 전 시집갈 때 아버지에게 전세 자금으로 3억 원이나 받아 갔던 막내 여동생마저 공평하게 지분을 나누자며 얄밉게 나섰다.


얼굴을 붉히며 다투던 중,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의 개인 금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아파트는 장남에게 준다"라고 적힌 아버지의 자필 포스트잇이 들어 있었다. A씨는 이것이 아버지의 뜻이 담긴 유언이라고 믿었지만, 동생들은 단순한 메모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어머니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이 아파트, A씨는 지켜낼 수 있을까.


법적 요건 엄격한 유언장…포스트잇은 무효


아버지의 진심이 담겼다 해도 이 포스트잇은 유언장으로서 효력이 없다.


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이준헌 변호사는 "단순하게 '아파트는 장남에게 준다'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유언장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 민법은 유언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받으려면 유언 내용뿐만 아니라 작성 날짜, 주소, 성명을 반드시 손으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한다.


이준헌 변호사는 "유언이 유효하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고, 이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된다"며 "위 요건 중에 어느 하나라도 누락이 되어 있으면, 아무리 내용이 아버지의 실제 뜻과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유효한 유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픈 아버지 돌본 장남, '기여분' 주장 가능


유언장이 무효라면 유산은 법정 상속 비율대로 나눠야 한다. 그렇다면 묵묵히 아버지를 간병해온 A씨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는 걸까. 법적으로 기여분을 인정받으면 상속분을 더 가져올 수 있다.


이준헌 변호사는 "평소 아버지를 돌보셨다면 이에 대한 기여분을 주장하여 상속분을 더 인정받으실 수는 있다"면서도 "단순히 자주 찾아뵈었다거나 잠깐 모시고 산 수준만으로는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에서 말하는 특별한 기여가 인정되려면 상당 기간 동거하거나 직업을 희생하면서까지 간병을 한 사실, 혹은 부모님의 상속재산 유지 및 증가에 기여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 변호사는 A씨에게 "언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부모님 댁 근처에서 살았는지, 그동안 부모님을 어떻게 모셨는지, 병원에 얼마나 자주 모시고 다녔고, 병원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그 병원비를 A씨가 부담하신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객관적 증거(병원 기록, 결제 내역 등)로 입증할 것을 조언했다.


3억 미리 챙긴 여동생…그 몫은 '특별수익'으로 공제


얄미운 막내 여동생이 10년 전 받아 간 전세 자금 3억 원은 상속 재산 분할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쟁점이다.


이준헌 변호사는 "막내 여동생이 10년 전에 지원받은 전세 자금은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아버지) 생전에 특별 수익을 받은 걸로 볼 수 있다"며 "막내 여동생의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할 때 이 특별수익은 공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동생이 이를 부인할 수 있으므로 과거 은행 거래 내역 등을 조회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생이 "집 팔자" 우겨도, 과반수 지분 확보하면 막을 수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동생이 공유물 분할 청구 등을 통해 강제로 아파트를 매각하려 할 경우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머니의 집을 지킬 방법은 있다.


이준헌 변호사는 "상속이 이루어진 후 지분을 살펴보면, 어머니가 배우자로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이고, A씨가 기여분을 인정받게 될 경우 두 분의 지분만으로 이미 아파트에 대한 과반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겠다"며 "소수지분만을 가지고 있는 동생이 단독으로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관리할 법적 권리는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동생이 끝내 공유물 분할 청구를 제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변호사는 "어머니나 A씨가 아파트를 소유하기로 하고 동생들에게는 지분에 해당하는 돈을 주는 방법으로 아파트를 지킬 수는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어 "이때 동생들에게 지급할 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앞선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가급적 A씨의 기여분을 최대한 인정받으셔서 동생의 지분을 최소화해 놓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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