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쌈 빌런'에 시민들 분노했지만…처벌은 고작 '하차 요구'가 전부다
지하철 '보쌈 빌런'에 시민들 분노했지만…처벌은 고작 '하차 요구'가 전부다
현행법상 음식물 섭취 직접 처벌 규정 없어
'악취 유발 물품 휴대 금지' 약관이 유일한 근거

지하철 2호선에서 보쌈과 김치를 먹는 여성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지하철 2호선 열차 한복판에서 보쌈과 김치를 펼쳐놓고 식사한 여성의 사진 한 장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공공장소에서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여성에게 실질적인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민들의 분노와 달리 이 여성을 처벌할 마땅한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지난 25일, 한 SNS 이용자는 "2호선에서 식사하는 사람을 봤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여성은 좌석에 앉아 포장된 보쌈과 김치, 국물까지 꺼내 식사를 하고 있었고, 바닥에는 포장을 뜯다 흘린 것으로 보이는 음식물이 흩어져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진동하는 음식 냄새와 비위생적인 모습에 대다수 누리꾼은 불쾌감을 표하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사 처벌? '경범죄' 적용도 어려워
그렇다면 이 여성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우선 형사처벌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을 거론하지만, 적용은 쉽지 않다. 이 법은 주로 소음으로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 행위(인근소란 등)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음식 냄새나 불결한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만약 식사 과정에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면 모르지만,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철도안전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은 철도종사자의 직무를 방해하거나 철도 시설을 파손하는 등 안전 운행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객실 내 식사 행위가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는 있어도, 철도 안전을 위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현행 형사법상 지하철에서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명확한 규정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유일한 제재 근거는 '약관'…그러나 과태료는 NO
법적 처벌이 어렵다면, 다른 제재 수단은 없을까? 유일한 근거는 서울교통공사의 '여객운송약관'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약관 제34조는 "불결하거나 악취로 다른 여객에게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는 물건"의 열차 내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 보쌈과 김치는 냄새가 강해 이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서울교통공사와 승객 간의 계약 내용일 뿐, 법률이 아니다. 따라서 약관을 위반했다고 해서 경찰이 출동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
공사 측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음식물 섭취 중단을 요청하거나, 불응 시 하차를 요구하는 것이 전부다. 이미 벌어진 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금전적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지하철 식사, 불법은 아니지만…
현재 지하철에서 식사하는 행위를 직접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즉, 법적으로만 따지면 불법은 아닌 셈이다.
다만,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철도 운영사는 여객운송약관을 통해 냄새가 심한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에티켓이자 사회적 약속이다.
이번 '보쌈 빌런' 사건은 이러한 규정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시민들의 높은 공공질서 의식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