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2년…갱신청구권 때문에 법정 간 집주인과 세입자들
'임대차 3법' 2년…갱신청구권 때문에 법정 간 집주인과 세입자들

임대차 3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갱신청구권' 보장제가 어느덧 시행 2년을 앞두고 있다. 로톡뉴스는 판결문을 통해 지난 2년간 있었던 주택 임대차 분쟁 현황을 살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임차인(세입자)이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임대차 3법'. 지난 2020년 7월부터 갱신청구권 보장제와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됐고, 이듬해 6월부턴 전월세 거래 내용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가 잇따라 도입됐다.
그 중 임대차 3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갱신청구권' 보장제가 어느덧 시행 2년을 앞두고 있다. 임차인이 원하면 2년 단위로 이뤄지는 임대차계약을 최대 4년까지 갱신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임대인(집주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세입자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또한 계약을 갱신할 때는 기존 임대료와 비교해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다(제7조 제2항).
로톡뉴스는 판결문을 통해 지난 2년간 있었던 주택 임대차 분쟁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간 적지 않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갱신청구권 문제로 다투다 법정까지 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시행된 지난 2020년 7월 31일부터 가장 최근까지 확정된 민사 판결은, 중복 사건을 제외하면 총 109건이었다.
민사 소송은 일반적으로 피고 주소지를 기준으로 관할을 정한다(민사소송법 제2조, 제3조). 무엇보다 갱신청구권과 관련한 소송은 대부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집을 돌려달라며 제기하는 건물인도(명도) 소송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달리 말하면, 재판이 열린 법원 소재지(피고 주소지)가 임대차 분쟁이 있었던 지역과 일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사건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었다. 전체 109건 가운데 88건(80.73%), 즉 10건 중 8건은 수도권 일대에서 벌어졌다. 세부적으론 서울이 40건, 경기 지역이 40건, 인천이 8건이었다.

기본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다는 점도 있지만, 대부분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곳이었다. 판결문 면면을 보면 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는 세입자와 이를 거절하려는 집주인들의 싸움이었다. 특히,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인상하는 문제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갈등을 빚다 소송까지 연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차 계약 금액을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되자, 일부 집주인들은 아예 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쪽을 택했다.
이때, 집주인의 갱신 거절 사유 1위는 "실거주를 하려 한다"는 거였다. 전체 109건 가운데 70건이 여기 해당했다(64.22%). 그 다음으론 세입자가 월세 등을 2기 이상 연체한 경우가 뒤를 이었다(10건, 9.17%).
이러한 사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집주인에게 인정되는 '정당한 거절 사유'에 해당했다. 집주인이나 그 직계가족이 세를 줬던 집에 직접 들어와 살거나(제6조의3 제1항 제8호), 세입자가 여러 차례 차임(借賃)을 연체하면(제6조의3 제1항 제1호) 법적으로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9건 중 집주인이 승소한 경우는 70건. 그중 48건은 "실거주를 하겠다"는 집주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였다.
지난 1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청구를 거절한 집주인에 대해 승소 판결을 했다. 심지어 집주인 A씨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이었던 기존 계약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35만원으로 바꾸자고 요구한 정황이 있었는데도 그랬다.
당시 집주인 A씨 부모님이 살고 있던 집이 재건축에 들어가는 상황이란 점이 중요한 변수였다. 재판부는 "집주인 A씨가 (거처를 옮겨야 하는) 부모님의 실거주를 위해,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그 밖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줘야 할 차임을 2기 이상 연체했거나(9건, 12.85%), 갱신청구권을 늦게 행사한 경우(5건, 7.14%) 등에도 집주인이 이겼다.
한편, 소송을 건 집주인이 패소한 이유 1위도 다름 아닌 '실거주'였다. 집주인이 소송에서 진 39건의 사례 중에서 절반이 넘는 22건을 차지했다(56.4%). 법원은 위와 달리 해당 집주인들이 표면적으로만 '실거주'를 내세웠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수원지법은 실거주를 하겠다던 집주인 B씨 대신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A씨는 보증금 1000만원에 60만원대 월세를 살던 세입자에게 "보증금 4억원짜리 전세로 전환하겠다"며 "이 조건이 아니라면 내가 실거주하겠다"라고 통보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B씨가 내세운 '조건부 실거주'를 합당한 거절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꼭 실거주를 해야 할 다른 이유를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거주를 주장한 또 다른 집주인 C씨도 재판에서 패소했다. 임대사업자인 C씨는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8년간 주택을 임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었다(제43조 제1항). 이 기간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지 않으면 최대 30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상황. 그런데도 C씨는 별안간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할 거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은 "원고(집주인)가 과태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각종 세금이 부담된다", "세입자가 있으면 아파트가 안 팔린다"며 형식상으로만 실거주를 주장한 집주인들은 줄줄이 패소했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3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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