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잔금일 코앞..." 전세금 못 준다는 집주인, 추가대출 이자 받아낼 수 있나?
"새 아파트 잔금일 코앞..." 전세금 못 준다는 집주인, 추가대출 이자 받아낼 수 있나?
HUG 보증 가입했지만 '디딤돌대출' 무산 위기…'특별손해' 인정 여부가 관건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발생하는 추가 대출 이자는 특별손해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사정을 미리 알았음을 입증하면 배상받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 기존 전세 계약은 2026년 10월 31일까지였지만, 이사를 위해 집주인과 합의해 오는 8월 31일에 계약을 끝내기로 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도 가입해 두었다.
그런데 잔금일을 앞두고 집주인에게서 "8월 31일까지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보증금을 받아 신규 아파트 잔금으로 내려던 '디딤돌대출' 실행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보증금 자체는 HUG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당장 잔금을 치르기 위해 더 비싼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할 판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이자나 잔금 지연에 따른 연체이자까지 집주인에게 물어낼 수 있을까?
보증금 미반환으로 생긴 '추가 이자', 법적으론 '특별손해'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입게 될 추가 금융 비용은 법적으로 '특별손해'에 해당해 배상받을 길이 열려 있다. 다만, 이를 인정받기 위해선 중요한 조건이 붙는다.
민법 제393조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특별손해)는 채무자, 즉 집주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단순히 보증금을 늦게 준 것에 대한 지연이자가 아니라, 그로 인해 세입자가 다른 대출을 받아 추가 이자를 내게 되는 것과 같은 손해는 집주인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의 박종태 변호사는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대출 이자 차액이나 잔금 연체료는 법적으로 '특별손해'에 해당한다"며 "배상받으려면 '보증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신규 입주 대출 이자 및 잔금 연체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임대인이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임승빈 변호사 역시 "디딤돌대출 미이용에 따른 고금리 차액·연체이자는 특별손해로 분류돼 임대인이 그 사정을 예견했음을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 청구의 열쇠, '내용증명'
변호사들은 집주인의 '예견 가능성'을 입증할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내용증명' 발송을 권고했다. 내용증명을 통해 A씨의 구체적인 사정을 집주인에게 공식적으로 알려두라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지금 시기에 임대인에게 우체국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일, 디딤돌대출 실행 조건, 보증금 미반환 시 발생할 구체적인 추가 이자율과 예상 피해 금액을 상세히 고지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해야 향후 소송에서 이자 차액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도 "지금 즉시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중도 해지 합의 사실,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일, 이자 차액 등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통지해 두어야 한다"며 "이는 향후 법적 분쟁에서 임대인의 과실과 책임을 묻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보증금 회수, '임차권등기명령'이 첫 단추
물론 가장 기본은 보증금 자체를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합의된 계약 종료일 다음 날인 9월 1일부터 즉시 법적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계약 종료일인 8월 31일 이후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다면, 9월 1일부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세입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시켜주는 핵심 절차다.
HUG 이행청구는 보통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이후에야 가능하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는 "HUG는 통지, 서류, 전입·확정일자, 계약해지 및 반환기한 도과 여부를 엄격히 보므로 서류를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들은 임차권등기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기 전에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하면 대항력을 잃어 HUG 보증 효력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주인이 파산해도 보증금은 HUG로…손해배상금은 '글쎄'
만약 집주인이 파산하면 어떻게 될까. 다행히 HUG 보증에 가입한 A씨의 보증금 원금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한대섭 변호사는 "임대인이 자금난으로 파산 신청을 하더라도 HUG 보증이라는 훌륭한 안전장치가 있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HUG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지급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이자 등 '특별손해'에 대한 배상금은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채권은 일반 채권으로 분류돼 파산 절차에서 변제 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증금을 제외한 추가 손해까지 받아내려면 내용증명 발송 등 사전 조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