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시절 범죄, 성인 돼 드러나면 처벌 받게 되나?
촉법소년 시절 범죄, 성인 돼 드러나면 처벌 받게 되나?
성인이 돼도 과거의 잘못 처벌 못 하는 이유…형법의 대원칙 '행위시법주의'란 무엇인가

범죄 당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행위시법주의에 따라 성인이 되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3살의 범죄, 30살에 드러나면?…법의 시계는 '그날'에 멈춰있다
만약 17년 전, 13살 때 저지른 범죄가 서른 살이 된 지금 드러난다면 처벌 받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이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아니오"라고 답한다. 법의 시계는 범죄를 저지른 '그 순간'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그림자', 성인이 된 나를 처벌할 수 있나?
경찰대 출신 김진배 변호사, 소년법 전문 조기현 변호사 등 현장 전문가들은 "성인이 되어 발각되더라도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이는 우리 형법의 대원칙 때문이다.
법의 시간은 '행위 당시'에 멈춘다…'행위시법'이라는 절대 기준
우리 형법은 '행위시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범죄가 성립하는지와 어떤 처벌을 내릴지는 범죄를 저지른 '행위 당시'의 법률과 행위자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이다.
형법 제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이들이 바로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다.
법원은 14세 미만 청소년은 자신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떤 책임을 낳는지 온전히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헌법재판소 역시 "어린이에 따라 성숙도를 개별적으로 구분해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 면에서 불합리하다"며 일률적인 나이 기준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범행 당시 13살이었다면, 20년이 지나 33살에 범행이 드러나도 '13살의 법'을 적용받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처벌'은 없지만 '책임'은 남는다
그렇다면 촉법소년의 범죄는 아무런 책임 없이 사라지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뿐, '보호처분'이라는 다른 절차를 밟게 된다.
촉법소년의 비행이 드러나면 사건은 형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내진다. 판사는 사회봉사, 수강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교육과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전과기록에 남지 않는 '교육적 조치'다.
더 중요한 것은 '민사 책임'이다. 형사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 피해자의 손해를 외면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해자는 가해 학생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심규덕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원은 자녀의 학교폭력 등에 대해 부모의 감독 의무 책임을 물어 배상을 명령한 사례가 많다.
결론적으로, 법의 시계는 범죄 행위 당시를 가리키지만, 피해자의 시간은 현재를 흐르고 있다. 촉법소년 제도가 '처벌' 대신 '교화'를 선택한 이상, 그 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킬 사회적 고민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