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사이에 낀 휴대전화 주우려고 했을 뿐인데⋯복층 펜션 바닥 무너져 3m 아래로 '쿵'
침대 사이에 낀 휴대전화 주우려고 했을 뿐인데⋯복층 펜션 바닥 무너져 3m 아래로 '쿵'
복층 바닥 무너져 1층으로 떨어진 고객⋯"2억 700만원 배상하라"
"고객의 생명·신체 보호는 숙박업자 의무"라며 펜션 주인의 책임 인정
법원, 펜션 주인의 책임 70%만 인정해 1억 1000만원 배상 판결

2층의 복층 바닥이 무너져 부상을 당한 남성에게 법원이 1억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년 4월,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난 A씨. 경남 양산의 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다. 복층 구조의 안락한 방.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었다.
사건은 그날 저녁 일어났다. 2층 침실에 있던 아내가 매트리스 사이로 휴대전화를 빠뜨렸다. A씨는 휴대전화를 꺼내기 위해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꺼내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에 펜션 주인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던 A씨. 결국,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스스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매트리스를 걷어 냈다. 그러자 매트리스를 받치고 있던 나무 프레임이 드러났다. 휴대전화는 나무 프레임도 걷어내야 손을 뻗어 집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이에 A씨는 나무 상판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휴대전화가 떨어진 곳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발을 내딛는 순간.
그대로 A씨는 사라졌다. 발을 디딘 복층 바닥이 무너져내리면서 3m 아래의 1층 거실로 추락한 것이다. 이 사고로 A씨는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고,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A씨는 펜션 주인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고 입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해 2억 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것이다.
재판에서 A씨는 "침대 매트리스를 둔 복층 바닥에 하중이 실리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상판을 설치해 놓고, 이에 대한 안내나 경고문 등을 제공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즉, 고객의 안전 배려의무를 위반했거나, 펜션에 하자가 있어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펜션 주인 B씨는 A씨의 이례적인 행동으로 사고가 났다며 맞섰다. B씨는 "무너진 바닥 상판은 보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침대 매트리스 모서리 일부분만 올려놓기 위해 설치한 것" 이라며 "A씨가 매트리스와 합판을 들어내지 않았다면 사고는 안 났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B씨는 자신이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한 일도 없고, 펜션의 설치에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령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A씨의 중과실을 참작해 그 책임은 10% 정도로 제한돼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을 살펴본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원이 현장을 검증해 보니, 숙박업자인 B씨가 고객 보호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B씨는 이 사고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붕괴사고가 난 상판은 하중이 실리면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B씨는 이 상판을 좀 더 견고하게 지지해두거나 '밟지 말라'는 경고문을 써놓지 않아, 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숙박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숙박업자의 보호 의무는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반해 고객의 생명·신체가 침해당하는 손해를 입히면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데, 숙박업자가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2000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끝까지 "숙박업자가 고객의 예상치 못한 행동까지 예측해 보호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B씨의 책임이 100%는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①사고가 난 상판이 펜션 이용객에게 통상적으로 노출되는 곳은 아니라는 점, ②A씨가 주인에게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매트리스와 합판 등을 들어낸 점을 고려해 B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에게 인정된 일실수입(逸失收入⋅사고 발생으로 피해자가 잃게 될 장래의 소득)을 1억 2800만원으로 계산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그가 정년인 62세까지는 현재의 수입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1억 2000만원 △은퇴 후 가동 연한인 65세까지 3년간 도시지역 보통 인부의 일용 노임 수입을 얻는다고 가정하고 600만원 △입원 기간에 일하지 못한 부분은 약 200만원이 인정됐다.
여기에 A씨가 향후 받게 될 예상 수술비 2900만원과 위자료 500만원 등 총 1억5700만 원의 손해액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억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이 사고로 인한 노동 능력 상실률은 14%로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