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운전했는데도 무죄? 법원 “10m는 생존 운전이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만취 운전했는데도 무죄? 법원 “10m는 생존 운전이었다”

2025. 10. 27 16:5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경사로 방치된 만취 차량

2차 사고 위험 앞 최소한의 10m 운전은 '죄가 안 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술에 취한 상태로 단 10m 구간을 운전한 행위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리운전 기사가 경사로에 차량을 방치하고 떠나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의 위험, 즉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법원은 형법상 위법성 조각 사유인 '긴급피난' 또는 '과잉피난'을 적용해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피고인 A씨가 또다시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은 상황이었음에도 무죄를 선고한 수원지방법원의 이례적인 판결에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찰나의 순간, 경사로에 방치된 만취 운전자의 차량

사건은 2024년 3월 13일 새벽,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피고인 A씨는 전날 저녁부터 소주 2병가량을 마신 후 귀가를 위해 대리기사 갑을 호출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A씨를 뒷좌석에 태운 채 운전을 시작한 대리기사 갑은 주차장 출구 차단기 앞에서 주차요금 문제 등으로 A씨와 시비가 붙었다.


결국, 대리기사 갑은 차량을 주차장 밖으로 나가기 위한 상당한 경사가 있는 구간에 그대로 둔 채 차량에서 이탈했다. 당시 시간은 밤 11시 45분경이었다.


차량이 미끄러지거나 후행 차량과 충돌하는 등 2차 사고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자, A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혈중알코올농도 0.148%의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차단기를 통과하며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약 10m를 운전해 인근 도로에 차량을 주차했다. 이후 곧바로 뒷좌석으로 이동해 다른 대리기사를 물색했다. 하지만 이미 대리기사 갑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음주측정을 당하게 됐다.


법원, '긴급피난' 요건 충족... 무죄 선고

법원은 A씨의 음주운전 행위가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22조 제1항이 규정하는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당시 상황이 "현재의 위난"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주차장이 지하 1층에 있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상당한 경사로를 운행해야 하는 상황


  • 대리기사가 경사 구간에 차량을 그대로 둔 채 이탈하여 차량 미끄러짐 등 A씨의 신체 및 차량, 건물에 대한 물적 피해는 물론, 후행 차량과의 충돌 등 2차 사고의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


이러한 위난 상황에서 A씨가 차량을 운전하여 경사 구간을 빠져나온 것은 불가피했다고 보았다. 운행한 거리도 주차장 앞 도로까지 10m에 불과했으며, 다른 대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경사로에서 대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특히 긴급피난의 핵심 요건인 '보전되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간의 우월성'에 대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보전되는 피고인의 신체나 차량, 건물 등에 대한 피해를 방지할 법익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성과 같은 법익보다 우월하다고 보인다"며, A씨의 행위가 법질서 전체의 측면에서 적합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당황했기 때문에" 과잉피난도 위법성 조각 사유 인정

설령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A씨의 행위를 형법 제22조 제3항의 '과잉피난'으로 보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10m 운전 후 즉시 도로에 차량을 주차하고 다른 대리기사를 물색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교통사고 발생 위험성이 크지 않은 '최소한의 피난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 나아가 "당시는 야간이고 피고인은 대리기사가 이탈할 당시 뒷좌석에 있어 본인의 신체 내지 차량 등에 대한 사고 발생의 가능성에 관해 상당히 당황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