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가 크다" 한마디에 학폭 가해자 된 초등생... 항소심서 뒤집힌 반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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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크다" 한마디에 학폭 가해자 된 초등생... 항소심서 뒤집힌 반전 판결

2026. 03. 05 09:47 작성2026. 03. 05 17:05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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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놀림은 학폭" vs 2심 "객관적 증거 부족, 일상적 수준"

얽히고설킨 '보복 신고'전의 결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평소 콤플렉스를 가진 6학년 선배에게 "앞니가 크다"고 말한 것은 학교폭력에 해당할까.


이 한마디를 둘러싸고 벌어진 법적 공방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단순한 말실수인지, 정신적 고통을 주는 폭력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사건의 전말과 법원의 구체적인 법리 해석을 짚어본다.


꼬리에 꼬리를 문 '보복 신고'전… 사건의 발단은?

이 사건의 이면에는 학생들 간의 복잡한 갈등과 연쇄적인 학교폭력 신고전이 자리 잡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초등학교 3학년 A군(원고)과 6학년 B양(피해학생)은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다. 갈등의 시작은 A군과 B양의 동생인 같은 학년 C군 사이에서 발생했다.


2022년 7월경 A군은 자신을 괴롭힌 C군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그 결과 C군은 같은 해 9월 초경 봉사 및 특별교육 등의 가해학생 조치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C군 역시 A군이 자신의 목을 졸랐다는 등의 내용으로 맞신고를 했으나, 교육청은 증거불충분으로 종결 처리했다.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군은 2022년 8월 17일, C군의 누나인 6학년 B양이 자신의 종아리를 발로 찼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B양은 며칠 뒤인 8월 25일, A군이 평소 자신의 콤플렉스인 큰 앞니를 두고 "앞니가 크다"며 놀렸다는 이유로 A군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경상남도밀양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A군의 발언이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고 보아 서면사과 조치를 의결했고, A군 측은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환심 사려 한 말" vs "수치심에 우울증까지"… 엇갈린 1심의 시선

재판 과정에서 A군 측은 체구가 왜소한 탓에 평소 부모로부터 '기죽지 마라, 너도 눈 등 큰 부분이 있으니 앞으로 많이 클 것'이라는 격려를 들어왔기에, "앞니가 크다"는 말은 자신을 두렵게 하던 선배 B양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긍정적인 의미로 한 가치중립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B양 측은 A군이 다른 친구들 앞에서도 "이빨 진짜 크다, 뭐 갉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아"라며 여러 차례 놀렸고, 이로 인한 수치심과 우울, 불안 증세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까지 받았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창원지방법원 2024. 1. 17. 선고 2023구단11079)는 B양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의 경우 타인의 시선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시기이며, '앞니가 크다'는 표현이 통상적으로 긍정적인 표현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군의 진술상으로도 B양이 발언 당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B양이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해당 행위가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A군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의 대반전, "객관적 증거 부족, 명예훼손이나 모욕 아냐"

하지만 항소심(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25. 2. 14. 선고 2024누10150)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 책임이 교육장에게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B양이 학교폭력 신고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신고 이전부터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다거나 A군 측에 발언에 대해 항의한 사실을 뒷받침할 진료기록, 녹취록 등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A군이 "앞니가 크다"고 말한 사실을 넘어 "뭐 갉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아"와 같은 과격한 발언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했다고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법원은 "앞니가 크다"는 말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에게 상처를 줄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 표현 자체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멸의 감정을 나타낸다거나 일상적인 학교생활 과정에서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부적절한 표현(명예훼손 및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나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보아 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교육청이 A군에게 내린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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