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사라진 아내, 10년째 '서류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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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사라진 아내, 10년째 '서류상 부부'

2026. 02. 10 17:5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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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아내'와 법적 이별 가능할까? 변호사들 "이혼이 현실적"

외국인 아내가 혼인신고 한 달 만에 본국으로 떠난 뒤 10년간 연락이 두절된 남성이 법적 관계 정리를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2015년경 외국인 여성과 혼인신고 후 한 달 만에 아내가 본국으로 떠나 10년 가까이 연락이 두절된 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이름 외에 아내의 어떤 정보도 없이 법적인 부부 관계에 묶여 있던 그는 뒤늦게 이 '서류상 결혼'을 끝내기로 결심했지만, 혼인무효와 이혼의 갈림길에서 전문가들의 의견마저 엇갈리고 있다. 과연 그는 10년 묵은 유령 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내는 어디에"... 10년 간의 기막힌 동거


사건의 시작은 2015년 혹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남성은 외국인 여성과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 생활은 없었다. 아내는 혼인신고 한 달 만에 본국으로 돌아갔고, 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


남은 것은 남편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선명히 찍힌 '배우자'라는 이름 석 자뿐이었다. 그는 아내의 여권 정보나 연락처는 물론, 현재 어디에 사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그렇게 수년이 흘러, 이 문제를 묻어두었던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시청과 법원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혼인신고 취소 기간(2주)이 지났기 때문에 이혼소송이나 혼인무효소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법률 상담 플랫폼에서도 변호사들의 의견은 “무효소송이 가능하다”는 쪽과 “불가능하며 이혼소송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고, 수임료 편차도 컸다.


혼인 무효 vs 이혼, 법조계 의견도 '분분'


이 남성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핵심 쟁점은 ‘혼인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 의사가 있었는가’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혼인무효'가 가능하다고 본다. 강헌구 변호사는 "혼인신고 후 한 달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 10년간 연락이 전혀 없었다면, 상대 여성이 처음부터 혼인 생활을 할 의사 없이 비자 취득 등 다른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혼인 의사 불합치를 이유로 무효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변호사 역시 "부산가정법원은 대한민국에 입국후 11일 만에 무단 가출하고 연락도 없고 부부관계도 거부한 사례에서 혼인무효를 인정하였습니다"라며 비슷한 판례를 근거로 무효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다수의 변호사는 '이혼소송'이 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질문자님의 사안은 실무상 이혼소송으로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혼인 후 바로 출국했고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 사유로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찬 변호사도 "단순히 혼인 후 곧바로 별거했고,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실질적인 혼인생활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라고 지적하며, 이혼소송이 현실적인 정리 방법임을 강조했다.


"입증이 관건"… 해법은 '공시송달 이혼'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입증의 어려움’ 때문이다. 혼인무효가 인정되려면 ‘처음부터 혼인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박기옥 변호사는 "우선 혼인무효가 되려면, 애당초 혼인의 의사없이 혼인신고만 한 상황이 되어야 하고, 이를 원고가 입증해야해 그 입증부담이 큽니다"라며, 특히 상대방이 해외에 있어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입증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공시송달을 통한 이혼소송’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시송달이란 상대방의 주소나 연락처를 알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 등에 소장 내용을 게시함으로써 법적으로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오지영 변호사는 "배우자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이혼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며 "질문자님의 경우 배우자와 10년 가까이 연락이 두절되고 부부 공동생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혼인 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혼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대섭 변호사 역시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10년 동안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저버리고 가출하여 연락을 끊은 것은 명백한 이혼 사유입니다"라며, 혼인무효의 까다로운 입증 과정을 거치기보다 이혼을 통해 하루빨리 법적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위적 무효, 예비적 이혼' 전략도 가능


그렇다면 방법은 이혼소송뿐일까? 일부 변호사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둔 소송 전략을 추천하기도 한다. ‘주위적으로 혼인무효를, 예비적으로 이혼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재판부에 먼저 혼인무효를 주장하되,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다.


홍수경 변호사는 "그래서 보통은 소장을 주위적으로 혼인무효, 예비적으로 재판상 이혼으로 구성해 진행하는 방식을 권해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강원모 변호사 역시 “실무상은 ​‘혼인무효(주위) + 이혼(예비)’​로 함께 제기해 법원이 사실관계에 맞는 결론을 택하게 하는 구조를 검토해 보십시오"라고 조언했다.


10년 전, 짧은 만남으로 시작된 서류상의 결혼. 남성은 이제 법의 힘을 빌려 오랜 족쇄를 끊어내려 한다. 혼인무효라는 ‘완전한 리셋’을 이룰지, 이혼이라는 ‘현실적 마침표’를 찍을지, 그의 선택과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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