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사설 큐레이션> 한·일 갈등 장기화 조짐…“과도한 공포심 조장하지 말아야”
<신문 사설 큐레이션> 한·일 갈등 장기화 조짐…“과도한 공포심 조장하지 말아야”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두 나라 갈등이 장기간 이어질 분위기입니다. 일본 참의원 선거 뒤 나온 아베 신조 총리의 공세적 발언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행위를 일방적으로 행해 국교 정상화의 기초가 된 국제조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국가 간 국제 약속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깨뜨렸으므로 먼저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갈등과 수출규제 등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과 책임이 한국에 있으며, 향후 개선을 위해 일본이 양보할 의향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또 수출 관리 우대국 리스트인 ‘화이트국가’에서 한국 배제를 강행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언론은 그럼에도 ‘일본 경제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주저앉을 것’이란 식의 공포심에서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한·일 갈등이 외교·경제 마찰을 거쳐 한·미 동맹 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라는데 우려를 나타냅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만큼은 ‘극일’이 아니라 중차대한 한·미 동맹, 안보 관련 사안이란 점을 명심하고 신중히 대응할 것을 주문합니다.
◇한겨레 “일본 경제보복, ‘과도한 공포심’ 조장하지 말아야”
한겨레신문은 “국제 외교전에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일이 당장의 과제로, 23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이를 위한 주요 시험대”라며 “수석대표를 맡은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비롯한 당국자들의 엄정한 대처가 긴요하다”고 말합니다.
신문은 “세계무역기구 결정을 예단할 순 없어도 국제 여론전이 불리하지 않다는 정황은 이미 여럿 있다”며 “미국 <블룸버그> 통신 22일 치 사설을 비롯한 여러 외신 기사에서, 경제와 무역을 국내 정치의 도구로 써먹는 일본 행태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사설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본 경제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주저앉을 것’이란 식의 공포심 조장은 옳지도 않고, 백해무익하다”고 지적합니다. “객관적 정황으로 봐도 너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일본계 자금의 유출 가능성에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 공급과잉 해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도체 값이 오르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주가도 이달 들어 올랐다. 지레 겁먹을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정황이다”고 말합니다.
◇한국일보 “한일 관계 악화 책임 모두 한국에 전가한 아베의 억지와 뻔뻔함”
한국일보는 “일본의 대응 태도는 상식 밖이다. ‘안보상 부적절한 수출 관리 사안’의 전례가 없다는 우리 정부의 해명과 설명 요청에도 무응답이고, ‘안보 적대국 물자 반출’에 대해 유엔의 객관적 조사와 검토를 받자는 제안에도 일절 무대응이다. 누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신문은 “징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1965년 이후 한일 관계의 토대인 청구권협정이 대법원 판결로 균열이 생기긴 했지만 피해자들이 법적 절차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을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파장 최소화를 위해 양국 정부가 피해자 구제 방식을 두고 논의하는 게 급선무지 청구권 협정 운운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일보는 “이번 선거 기간중 자민당 지지 유권자들은 한국, 중국에 강경 대응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런 보수 여론에 기대 대화와 협상을 백안시하며 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국에 전가하는 아베 총리의 막무가내식 태도가 경제는 물론, 역내 안보 질서까지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선거 끝나도 냉랭한 韓日, 파국으로 몰지는 말라”
조선일보는 “한·일 양국 집권층 모두 강 대 강의 대결 구도가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겉으로는 양국 정부가 가시 돋친 공세를 주고받고 있지만 속으로는 서로 정치적 이득을 주고받는 적대적 동맹 관계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합니다.
신문은 “한·일 수뇌부가 이런 식으로 정치적 수판알을 굴리면 피해는 양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고 확대되면 한국의 핵심 산업은 치명상을 입는다. 이미 둔화 조짐이 완연한 성장 엔진이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산업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일본 산업 역시 타격이 작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신문은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한국 기업에 실질적이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해야 한다. 정부도 강제징용 일본 기업으로부터 압류한 자산의 매각을 막아야 한다. 양국 모두 이런 한계를 정해 상황을 관리하면서 절충을 모색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앙일보 “정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만큼은 신중히 대응해야”
중앙일보는 한·일 갈등이 외교·경제 마찰을 거쳐 한·미 동맹 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라 크게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신문은 “지난 18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논란에 대해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발언이 계기였다”며 “한·일 갈등을 관망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SOMIA 논란이 불거지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급파했고, 볼턴 보좌관은 어제 일본을 거쳐 오늘은 서울에서 정 실장 등과 GSOMIA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합니다.
신문은 “한·일 GSOMIA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기반이 되는 협정이기 때문”이라며 “이 협정은 북한 미사일 발사나 핵 위협 또는 한반도 유사시엔 강력한 기능을 발휘한다. 그런데도 이 협정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정치권이나 정부 내에 상존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합니다.
사설은 “GSOMIA가 없으면 한반도 방위엔 큰 구멍이 생긴다. 상황이 이럴진대 청와대 안보실장이 GSOMIA 철회를 함부로 거론하는 건 신중치 못하다”며 “정부는 GSOMIA만큼은 ‘극일’이 아니라 중차대한 한·미 동맹, 안보 관련 사안이란 점을 명심하고 신중히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