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돌려달라 전화했는데 스토킹 고소…'거짓말' 섞인 고소장, 무고죄 될까?
물건 돌려달라 전화했는데 스토킹 고소…'거짓말' 섞인 고소장, 무고죄 될까?
연락 횟수 부풀리고 목적은 쏙 빼⋯변호사들 “스토킹 무혐의 나와도 무고는 별개, 고의 입증이 관건”

다툼 후 연락했다가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한 경우, 무혐의를 받아도 상대를 무고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상대방과 다툰 뒤 자신의 옷과 물건을 돌려달라고 연락했던 A씨는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했다. 상대방 B씨가 연락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A씨가 차단된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억울하다. 고소장에 적힌 전화 횟수는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물건을 돌려달라는 정당한 목적은 쏙 빠진 채 그저 괴롭혔다는 식으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현재 스토킹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A씨. 만약 무혐의나 무죄 처분을 받는다면, 사실을 왜곡해 자신을 고소한 B씨를 무고죄로 처벌받게 할 수 있을까?
물건 돌려받으려 전화했을 뿐인데…사실과 다른 ‘스토킹 고소장’
A씨는 B씨와 다툰 이후 자신의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다. B씨가 연락하지 말라며 A씨의 번호를 차단하자, A씨는 닷새간 8차례에 걸쳐 차단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후 A씨는 B씨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소장에는 A씨가 2주 가까운 기간 동안 11차례 전화를 했고, 하지도 않은 일을 강요했으며, 옷을 돌려달라는 목적은 숨긴 채 자신을 괴롭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주소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옷만 돌려줬고, 연락 목적을 왜곡해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스토킹 무혐의·무죄 받아도, 무고죄 성립은 '별개'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스토킹 혐의를 벗더라도 B씨에게 무고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신고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스토킹 사건에서 무혐의나 무죄가 나온다고 곧바로 상대방에게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고죄는 상대방이 질문자님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객관적으로 허위인 사실을 알면서 신고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소 내용이 일부 과장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뺀 것만으로는 무고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는 "상대방이 정황을 일부 과장하거나 본인의 주관적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믿고 고소한 경우라면 무고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은 상대방이 '연락을 거부했음에도 수차례 전화와 카톡을 보내어 정신적 불안감을 느꼈다'고 고소한 행위에 대해, '실제 존재한 사실에 기반한 정황의 과장' 또는 '피해자 입장에서 느낀 주관적 고통의 호소'로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지도 않은 강요 행위를 꾸며내거나 물건 반환 목적이라는 핵심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면 무고죄를 따져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강요행위를 만들어내거나, 물건 반환을 위한 연락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다른 목적으로 연락한 것처럼 핵심 사실을 허위로 꾸몄다면 무고 여부를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기소유예' 처분이라면 무고죄 주장 더 어려워
만약 A씨가 스토킹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면 무고죄 주장은 더욱 어려워진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 자체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기소유예의 경우에는 범죄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 인정된 것이므로, 무고죄 고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면 무고 고소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사들 조언 "맞고소보다 스토킹 방어에 집중해야"
변호사들은 무고죄 고소를 생각하기에 앞서 현재 진행 중인 스토킹 사건 방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토킹 혐의를 벗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지금은 스토킹 사건 방어가 우선"이라며 "카톡, 통화내역, 차단 시점, 물건 반환 요구 내용, 상대방이 주소를 알고 있었던 정황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도 "지금은 맞고소보다 진행 중인 스토킹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는 데 집중하시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사건이 불송치나 무죄로 종결된 후 결정문 이유와 고소장 내용을 대조하여 무고 고소 실익을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스토킹 사건의 결과와 그 이유를 명확히 확인한 뒤, 상대방의 고소 내용에 '고의적인 허위'가 있었는지를 법적으로 따져 무고죄 고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