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주차하면 모두 불법" 오토바이 번호판만 찍어 즉시 범칙금…배달 현장 '발칵'
"100번 주차하면 모두 불법" 오토바이 번호판만 찍어 즉시 범칙금…배달 현장 '발칵'
경찰청, 이륜차 불법 주정차 무인 단속 입법예고
라이더유니온 "주차 인프라 없이 단속은 생존권 위협"

경찰이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개정안을 추진하자 배달 노동자들이 현실을 무시한 단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토바이 불법 주차를 원격으로 단속하겠다는 경찰 방침에 배달 현장은 "생존 불가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청이 이륜차(오토바이)에 대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불법 주정차를 한 이륜차에 3만원에서 9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운전자를 직접 적발해야 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운전자 없이 번호판 확인만으로 즉시 범칙금을 물릴 수 있게 된다. 해당 법안은 이달 29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다.
"하루 100번 주차하는데, 모두 불법"
배달 노동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성배 라이더유니온 서울지회장은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진짜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통 50건씩 배달하는데 50건이 다 현재 기준으로 불법 주정차"라며, 음식을 픽업하고 배달하기 위해 최소 하루 100번의 주정차를 해야 하는 배달 업무 특수성을 강조했다.
실제 주차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에 등록된 이륜차는 42만 927대인 반면, 이륜차 전용 주차장은 603면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주차면 하나당 607대가 함께 써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공영 주차장도 외면하는 오토바이
공영 주차장조차 이륜차 진입을 막고 있는 현실도 지적됐다.
유승민 작가는 방송을 통해 "지자체에서부터 이륜차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륜차는 번호판이 뒤에 달려 있어 주차장 인식 차단기가 번호를 읽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여기에 소음 민원과 일반 차량 주차 공간 부족 등이 진입 거부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전성배 지회장 역시 "저희도 제대로 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싶다"며 "나도 내 돈을 정당하게 내면서 주차 구역에 주차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26조 배달 시장, 인프라 개선이 먼저
우리나라의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은 연간 약 26조원에 달한다.
학교, 관공서, 아파트 단지는 물론 낚시터까지 배달이 이루어지는 '배달 공화국'이지만, 정작 다수의 아파트 단지 등은 이륜차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식사 시간대 각층까지 배달을 요구하는 소비자 니즈와 부족한 주차 환경 사이에서 배달 노동자들은 불법 경계로 내몰리고 있다.
유승민 작가는 "주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어 "배달 노동자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이며, 그 여파는 요식업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속 필요성을 논하기 전, 배달 산업 규모에 걸맞은 주차 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