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치르자마자 등기소 달려간 매도인…'뒤통수' 부동산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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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치르자마자 등기소 달려간 매도인…'뒤통수' 부동산 사기

2025. 12. 29 10:3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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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인이 잔금 치르고 등기 이전하는 '몇 시간' 사이, 몰래 새 근저당 설정... 변호사들 "명백한 배임, 사기죄도 가능"

아파트 매수인이 잔금을 모두 치렀으나 매도인이 잔금 수령 후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고 근저당을 설정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잔금 치르자마자 등기소 달려간 매도인, 내 집이 순식간에 '빚더미'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는 데는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매도인의 빚까지 대신 갚아주며 잔금을 모두 치렀지만, 소유권 등기 서류가 등기소에 도착하기 직전 매도인이 또 다른 빚을 내고 부동산을 담보로 잡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한순간에 '빚더미' 아파트를 떠안게 된 매수인은 망연자실했다.


모든 빚 갚아줬더니…등기소 달려간 매도인의 배신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등기부등본을 통해 매도인 B씨에게 대부업체와 은행 근저당이 설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A씨는 계약금으로 B씨의 대부업체 빚을 갚아 근저당을 말소시켰다.


문제는 잔금일에 터졌다. A씨는 잔금일 오전에 다시 한번 등기부가 깨끗한 것을 확인하고, 은행 근저당을 말소한 뒤 남은 잔금을 모두 B씨에게 지급했다. A씨 측 법무사는 즉시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해 등기소로 향했다.


하지만 B씨는 더 빨랐다. 그는 A씨에게 잔금을 받자마자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대부업체에서 또 돈을 빌리고 해당 아파트에 새로운 근저당을 설정해버렸다. 소유권 이전 등기보다 근저당 설정 등기가 먼저 접수되면서 A씨는 온전한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변호사들 "명백한 배임죄…계획했다면 사기죄도"


법률 전문가들은 매도인 B씨의 행위가 명백한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재준 변호사(법률사무소 율헌)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매수인에게 온전한 소유권을 넘겨줘야 할 의무가 생긴 매도인이 다른 곳에 근저당을 설정한 행위는 매수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임무 위배 행위'라는 것이다.


매도인이 처음부터 이런 계획을 세웠다면 사기죄 적용도 가능하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잔금 지급 직후 고의적으로 근저당을 설정한 행위는 기망에 의한 재물편취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매수인을 속여 잔금을 받아낼 의도가 명백했다는 취지다.


심규덕 변호사(법무법인 심) 역시 "매도인이 처음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을 계획이었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할 생각으로 매수인을 기망한 경우에 사기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설정된 근저당, 무효로 만들 수 있을까?


형사 처벌과 별개로 A씨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새로 생긴 근저당을 없애는 일이다. 원칙적으로 등기 순서에 따라 먼저 접수된 근저당권은 유효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외적으로 무효를 다툴 길이 있다고 조언한다.


바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대부업체가 매도인의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했는지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유재준 변호사는 "저당권자(대부업체)가 매도인에게 저당권 설정을 요구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저당권설정계약은 반사회적인 법률행위가 되고, 근저당권설정 등기는 원인 무효의 등기가 되어 효력이 부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대부업체가 해당 부동산이 이미 팔린 사실을 알면서도 B씨의 범죄 행위에 동조했다면, 근저당권 설정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부분을 입증하는 것은 A씨의 몫이다. 심규덕 변호사는 "근저당권자가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는 점이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실관계 확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투트랙' 대응 필요


결국 A씨는 매도인을 상대로 한 형사 고소와 근저당권을 없애기 위한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민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해당 근저당을 말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민사 소송을 통하여 판결문을 받으셔서 근저당을 말소하실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신속한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조대진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초기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시기 바란다"며 전문가 조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도인의 재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보전 조치와 함께, 매도인의 기망 행위와 대부업체의 적극 가담 여부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소송의 승패를 가를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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