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간다고 33도 폭염 차 안에 위탁 반려견 방치한 애견호텔 업주
상견례 간다고 33도 폭염 차 안에 위탁 반려견 방치한 애견호텔 업주
1, 2심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 분석
위탁받은 반려견 2시간 넘게 방치해 사망
법원 "외국인 보호자의 깊은 유대감 고려해 위자료 산정"

폭염 속 차량에 위탁 반려견을 방치해 숨지게 한 애견호텔 운영자들에게 637만 5000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셔터스톡
한국에 홀로 거주하며 타향살이 외로움을 달래주던 2살짜리 프렌치 불독. 싱가포르 국적의 보호자 A씨에게 강아지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가족이었다. 출장을 앞두고 믿고 맡긴 애견호텔이 반려견의 마지막 장소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원지방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문을 통해, 보호자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 '반려견 폭염 차량 방치 사망 사건'의 전말과 법원의 판단을 짚어봤다.
믿고 맡겼는데… 33도 뙤약볕 차 안에서 식어간 생명
비극은 2022년 7월 3일 주말에 벌어졌다. 싱가포르로 출장을 가게 된 A씨는 애견카페 겸 호텔을 운영하는 B씨와 C씨에게 반려견을 11일간 위탁했다.
해당 호텔은 주말(일~월)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기에, 피고들은 주말 동안 반려견을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가 돌보기로 했다.
문제는 피고들의 개인 일정이었다. 일요일이었던 7월 3일 오전 11시경, 피고들은 상견례를 위해 안양시의 한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이때 위탁받은 반려견을 차량에 태워 함께 데려갔고, 식사를 하는 동안 식당 앞 인도상에 주차된 차 안에 반려견을 홀로 남겨두었다.
당시 안양시 일대의 기온은 31.1℃~33.7℃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였다. 2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1시 20분경, 피고들이 차량으로 돌아왔을 때 반려견은 이미 축 늘어진 상태였다.
심장마사지를 시도하며 병원으로 급히 데려갔지만, 반려견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렌터카까지 빌려 진실을 찾으려 했던 보호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A씨는 큰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피고들은 "시동을 켜놓고 에어컨을 튼 상태로 두고 갔는데, 돌아와 보니 연료 경고등이 켜지고 시동이 꺼져 있었다"고 변명했다.
답답했던 A씨는 피고들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모델의 차량을 직접 렌트하여 진위 여부를 실험하기까지 했다.
이후 A씨는 피고들을 상대로 3,1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결 "과실 매우 중해… 깊은 유대감 맺은 외국인 보호자의 상실감 컸을 것"
재판부는 피고들의 책임을 명백하게 인정했다.
1심 재판부를 맡은 허정룡 판사는 "피고들은 위탁계약에 따라 반려견을 안전하게 보호·관리할 책임이 있음에도, 30℃가 넘는 폭염에 차량에 남겨둔 채 식사하러 간 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며 A씨와 반려견의 각별했던 관계에 주목했다.
> "이 사건 반려견이 사고 당시 만 2세로 아직 어렸고, 원고는 한국에 홀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위 반려견과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들이 30℃가 넘는 폭염에도 반려견을 차량에 남겨두고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바 그 과실의 정도가 매우 중한 점"
> "원고가 이 사건 반려견의 가치를 단순한 금전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면서 위 반려견의 가치에 상당하는 재산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아니한 점"
재판부는 이러한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위자료를 500만 원으로 산정했고, 장례비용 137만 5,000원을 더해 총 637만 5,000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도 1심 유지… '동물 학대' 고의성은 인정 안 돼
이어진 2심(항소심)에서도 원심의 판단은 유지되었다. A씨는 "피고들이 고의로 혹서의 환경에 방치해 학대한 불법행위"라며 위자료 증액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형사사건 결과를 인용하며, "보살핌에 있어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혹서에 차량에 방치하여 학대할 고의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무죄가 선고된 사실을 언급했다.
즉, 중대한 과실은 맞지만 일부러 죽이려 한 고의적 동물 학대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 피고들의 부당응소에 대한 추가 불법행위 책임 주장 역시 기각되며, 사건은 1심 배상액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