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성 인사이동 시키려면 근로자 의견 들어봐야⋯듣지 않으면 불법
징계성 인사이동 시키려면 근로자 의견 들어봐야⋯듣지 않으면 불법
법원, 노동위의 판단과 달리 ‘위법’ 판단
인사이동의 징계성 해석 차이에 따른 결과

버스운전기사인 A씨의 의견을 듣지 않고 징계성으로 다른 노선을 운행토록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사이동이 징계성이라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자 인사이동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지만, 그것이 징계성 전보라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징계절차에 따라 근로자에게 의견표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직으로 보내는 등의 인사이동은 사실상 징계이므로 '징계절차를 따랐어야 했다'는 판단이다.
○○운수 주식회사의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A씨. 그가 2018년 4월 ××××번 노선버스에 근무하도록 발령받은 지 40일 만에 대형 버스노선으로 전보됐다. A씨가 근무시간에 배탈과 설사를 이유로 ‘중도귀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다음날 개인 사정을 들어 결근계를 제출한 뒤 이루어진 인사였다. 이 회사는 당초 ××××번 노선버스에 근무할 운전기사를 내·외부에서 모집하면서 근무조건에 ‘1일 2교대제, 신체 건강한 자(무단결근 불허)’라는 내용을 포함해 놓았다.
A씨는 부당전보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따른 인사로, A씨가 겪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절차상 하자도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에 불복한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여기서도 같은 이유로 기각처리 됐다.
A씨는 이번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이 전보가 무단조퇴와 무단결근에 대한 징계인데도 단체협약에 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가 중도 귀가 신청서와 결근계를 모두 수리했고, 그동안 운전 기사에게 개인적 사정이 생겨 결근을 신청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승인해 왔다”며 징계 전보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지난 5일 “A씨의 소명 없이 이루어진 전보는 절차에 하자가 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전보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서 정한 징계 사유와 처분에 따른 것이므로, 전보에 앞서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이 정한 대로 A씨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근로자에 대한 전보는 근로자가 제공해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장소 등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근로자의 지위를 절차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근로자에게 의견 표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이렇게 차이를 보인 것은 A씨에 대한 전보의 성격에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인 것으로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는 분석했다.

법무법인 신효 오세정 변호사. /로톡DB
오 변호사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에 대한 전보조치를 회사의 일반적 인사로 본 데 반해, 상대적으로 법 적용이 엄격한 법원은 이를 ‘징계’로 보면서 상반된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징계성 전보라면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따라 소명기회를 줘야 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감봉이나 정직과 같이 징계성에 이론이 없는 인사조치에서는 이런 일이 없지만, 징계 여부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전보’ 의 경우는 이러한 다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고 부연했다.
단, 이 판례는 취업규칙에 '징계절차시 당사자의 청문 과정을 밟는다'는 조항이 없는 회사에는 적용이 어렵다. A씨 손을 들어준 재판부가 내세운 가장 강력한 근거가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에 '소명 기회를 부여한다'는 대목이 들어있다"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