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범' 낙인 찍더니…징계에선 '혐의 실종'
'성희롱범' 낙인 찍더니…징계에선 '혐의 실종'
학교 측 "너한테 좋은 거 아니냐" 황당 답변에 논란

한 대학생이 인권센터에서 '성희롱' 판정을 받았으나, 상벌위원회에서는 해당 혐의가 아무 설명 없이 누락되었다. / AI 생성 이미지
대학 인권센터로부터 '성희롱' 판단을 받았으나, 징계를 결정하는 상벌위원회에선 해당 혐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학생이 설명을 요구하자 학교는 자료 공개를 거부하며 "오히려 좋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명백한 절차적 하자이자 방어권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센터 "성희롱·스토킹"→상벌위 "스토킹만", 고무줄 잣대
사건은 대학생 A씨가 동료 여학생 B씨에게 관계 단절 이후 자신의 험담을 하는 정황을 파악하고, 이메일 등으로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B씨는 A씨를 스토킹 혐의로 학내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A씨가 사과를 요구하며 중재는 결렬됐고, 인권센터 심의위원회는 A씨의 행위가 '스토킹 및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A씨의 재심의 요청은 기각된 채 사건은 학생상벌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런데 상벌위는 인권센터가 지적한 '성희롱' 혐의는 제외하고, '스토킹' 혐의만 심리해 실질적으로 집행되지도 않은 '근신 7일' 처분을 내렸다. 인권센터의 판단이 상벌위에서 아무 설명 없이 뒤집힌 것이다.
"자료 달라" 하자 "좋은 거 아니냐"…문 걸어 잠근 대학
A씨는 이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왜 상벌위에서 성희롱 판단이 누락되었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며 관련 서류 조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인권센터 측의 답변은 황당했다. "성희롱 내용이 빠지면 좋은 것 아니냐"며, 오히려 A씨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응수하면서 서류 조회와 설명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징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내팽개친 처사였다.
법조계 "명백한 절차 하자, 방어권 침해" 쓴소리
법률 전문가들은 대학 측의 대응이 학생의 정당한 방어권을 침해한 명백한 절차적 하자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심의위의 '성희롱' 판단을 상벌위 회부 시 자의적으로 누락한 것은, 징계 절차의 일관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명백한 절차적 하자"라며 "처분 근거 문서의 조회를 차단하고 설명을 거부한 것은, 학생의 알 권리와 징계 절차상 방어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 역시 "대학 자치규범은 재량이 넓어, 단순히 판단이 달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징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가 축소되거나 변경되었다면, 방어권 침해 주장 여지는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절차적 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호사들은 우선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관련 기록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정심판이나 징계무효확인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