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분노한 '그 판결', 역시 이상했다…'두려운 마음' 감형의 진실
당신이 분노한 '그 판결', 역시 이상했다…'두려운 마음' 감형의 진실
대중의 분노는 정당했다

음주운전을 신고하려는 남성을 차로 여러 번 친 20대 여성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판결문 한 장. "음주운전 신고하려는 남성을 수차례 차로 친 20대 여성, 집행유예". 분노한 여론은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향해 맹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사람들의 공분을 산 대목은 판결문에 적힌 한 문장이었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하겠다고 하자 두려운 마음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을 '두려운 마음'이라며 감경해준 것이 온당하냐는 것이다. 정말 이 판결은 대중의 시선처럼 비상식적인 결론이었을까. 논란이 된 판결의 진짜 이유와 다른 사건들과의 형량 차이를 분석했다.
'두려운 마음'이라는 이례적 감경 사유
사건은 2022년 7월,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20대 여성 A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30대 남성 B씨에게 발각됐다. B씨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A씨는 자신의 BMW 차량으로 그를 여러 차례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B씨는 약 34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운전 부주의였다", "B씨가 차에 뛰어들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CCTV 영상에는 A씨가 후진했다가 다시 전진해 B씨를 들이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대구지방법원 강진명 판사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죄질이 좋지 않고,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으며, 피해자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하겠다고 하자 두려운 마음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의 범행이 계획적이거나 악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 신고에 대한 순간적인 공포심에서 나온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형법 제51조가 양형 조건으로 규정한 범행 동기를 재판부가 참작한 결과다.
하지만 이 판단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음주운전이라는 자신의 위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2차 범죄를 저지른 것을 우발성으로 포장해 감경해주는 것은, 오히려 죄질을 가중시켜야 할 보복범죄의 성격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판결과 비교해보니…'관대한 처벌'
그렇다면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유사 판례와 비교했을 때 A씨의 형량은 눈에 띄게 가볍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의 한 유사 사건(2018고단930) 판결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음주운전 전과 2회에 무면허 운전 혐의까지 있었지만,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 참작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20대 여성 A씨는 초범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피해자에게 더 심각한 상해를 입히고도 합의하지 못했고, 진지한 반성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가벼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대중의 시선대로 정말 이상했다
대중이 이 판결을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타당한 지적이다. 법리적으로 집행유예 선고 요건을 충족했을지는 몰라도, 유사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관대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두려운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범행 동기를 참작한 것은,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한 행위의 심각성을 간과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2023고단202 판결문 (2023. 8. 16.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