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버섯이 자란다" 하자보수 요청에 돌아온 건설사의 '황당' 답변
"집에서 버섯이 자란다" 하자보수 요청에 돌아온 건설사의 '황당' 답변
입주한 지 4개월 된 아파트 욕실에서 버섯 발견 '황당'
계속되는 신축 아파트 '하자보수' 문제 ⋯ 입주민이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
사비 들여 고쳤다면, 나중에 건설사에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버섯이 자라기 완벽한 조건?] 지난해 11월 입주한 경남 진주 시내 한 아파트 안방 욕실 문틀 사이에 시커먼 곰팡이와 함께 버섯이 자라난 모습을 입주민이 제공했다. /연합뉴스
"집에서 버섯이 아주 잘 자라네요"
버섯 재배 농장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순 경남 진주시에 지은 새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이다. 집주인 A씨는 입주한지 4개월 만인 지난 3월 안방 욕실 벽면이 검게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문틀 아랫 부분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A씨는 문틀을 뜯어봤다. 그곳엔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였다. 죄다 뽑아봤지만 한 번 생긴 버섯은 같은 곳에서 계속 자라났다.
A씨는 이 사실을 건설사 측에 알리고 하자 보수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욕실 문틀의 전체 교체와 방수 실리콘 처리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입주자들의 생활습관 탓에 생긴 문제”였다. 이후 건설사는 욕실 문틀 일부만 보수하는 등 A씨의 요구에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알고보니 이런 욕실 하자는 A씨 집뿐 만이 아니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80여 가구에 달한다.

["버섯이 아주 잘 자라네요"] 지난해 11월 입주한 경남 진주 시내 한 아파트 안방 욕실 문틀 사이에 시커먼 곰팡이와 함께 버섯이 자라난 모습을 입주민이 제공했다. /연합뉴스
신축 아파트 하자 보수 문제를 둘러싼 입주민들과 건설사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강남권 최고가 신축 아파트 중 하나인 ‘아크로리버뷰 신반포’에 이어 지난 8월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누수 하자 갈등이 있었다. 세종시 한솔동에 위치한 래미안아파트에선 입주자 90%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3년 넘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상위 10개 건설사의 아파트 하자 소송 내역이 57건이 넘었다. 소송가액을 계산해보면 1600억이 훨씬 넘는다.
주택법에 따르면 아파트 시공을 잘못해서 하자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는 하자보수의무와 손해배상의무를 진다. 하자를 보수해서 원래대로 고쳐놓거나 고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
소송은 대부분 고치는데 필요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준호 부장판사는 언론기고에서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을 보면 하자의 보수를 요구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문제는 무엇이 하자(瑕疵)인지 확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민사소송으로 진행되는 하자보수소송의 특성상 하자의 입증은 그 아파트에 사는 입주자에게 있다. 이 때문에 입주자는 돈을 들여 하자의 종류와 규모를 검사하도록 하는 시설감정을 해야 한다.
법무법인 비츠로 정현우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려면 하자의 규모와 종류를 파악하고, 대략적인 하자보수금액을 산출해야 한다"며 “그래야 실제 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는 하자의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주자의 하자 입증을 힘들게 하는 요소는 또 있다. 하자 발생 위치에 따라 하자보수 혹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가장 짧은 칠공사·도배공사는 1년, 가장 긴 기둥·내력벽은 10년인 식이다.
이렇게 어렵게 소송을 시작하더라도 소송 결과는 빨라야 1년, 길게는 수년까지 늘어질 수 있다. 그래서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거주자가 사비를 들여 먼저 하자를 고치는 일도 많다. 이 경우 사후적으로 그 비용을 건설사에 요청하는 일이 가능할까?
B씨는 누수를 발견한 입주 초기부터 몇 년에 걸쳐 아파트 측 관리자에게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아파트 측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자비로 누수가 이뤄진 화장실과 마루를 뜯어고쳤다. 하지만 아파트 측은 오히려 "B씨 집 때문에 아래층에 있는 다른 집 누수가 심각해졌다"며 공사 비용을 내라고 했다. B씨는 건설사에 정신적 피해 등 보상을 요청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서울종합 법무법인의 박준성 변호사는 “스스로 하자 보수를 한 추후 비용청구가 가능하다”며 “초기부터 하자 보수를 요청했음에도 상대방이 이를 계속해서 무시한 결과, 누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서 B씨에게 과실이 없다”며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정신적 피해배상은 인용돼도 소액에 불과하지만 당연히 손해배상청구에 포함시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