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취소 수수료 환불불가?" 대법원 판결과 소비자 대응법 총정리
"에어비앤비 취소 수수료 환불불가?" 대법원 판결과 소비자 대응법 총정리
플랫폼은 책임 없다는 대법원 판결
소비자는 누구한테 따져야 할까?

과도한 에어비앤비 취소 수수료에 대해 법원은 플랫폼의 직접 책임을 부정했으나,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호스트의 약관 준수 여부 확인과 플랫폼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몇 달 전 예약한 숙소를 취소했는데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면?”
휴가철을 맞아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환불불가’ 조항이나 숙박료에 맞먹는 과도한 취소 수수료 탓에 분통을 터뜨리는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에어비앤비 플랫폼 내에 게시된 환불불가 조항을 문제 삼았다. 고객이 예약을 취소할 경우 남은 기간을 불문하고 미리 결제한 숙박 대금을 전혀 돌려주지 않는 것은 약관법상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위라며 에어비앤비 측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이했다. 에어비앤비가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에어비앤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당장 플랫폼을 믿고 결제했는데 문제가 생기자 플랫폼은 책임이 없다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등장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권리 관계와 법적 쟁점을 정확히 알아야만 소중한 내 돈을 지킬 수 있다.
플랫폼은 쏙 빠졌다? 법원이 바라본 에어비앤비와 호스트의 진짜 관계
이 사건의 핵심은 숙박 계약의 진짜 당사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에어비앤비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므로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면서도, 환불불가 조항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0. 5. 20. 선고 2019누38108 판결).
법원은 에어비앤비가 숙박 시설을 제공하는 주체가 아니라 단순히 호스트(숙박업체)와 게스트(고객)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숙박 조건을 결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금을 수령하는 주체는 모두 호스트이므로, 문제가 된 환불불가 조항 역시 호스트의 약관이지 에어비앤비의 약관이 아니라는 논리다.
대법원 역시 이와 동일한 취지로 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0두41399 판결). 플랫폼에서 검색된 숙소의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 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일 뿐, 에어비앤비를 계약의 당사자나 약관을 제안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법리적으로 취소 수수료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글로벌 거대 기업인 에어비앤비가 아닌, 개별 호스트를 상대로 직접 싸워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수수료는 여전히 불법일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벗었다고 해서 호스트가 마음대로 100% 취소 수수료를 떼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 호스트가 설정한 취소 정책이라도 약관법과 전자상거래법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약관법 제8조에 따라 실제 발생한 손해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취소 수수료를 요구하는 조항은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간주되어 무효가 될 수 있다. 체크인 날짜가 한참 남았음에도 전액 환불을 거부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취소 수수료는 재예약 불가능성 등 실제 입을 손해와 시간적 간격을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책정되어야 한다.
또한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라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숙박 서비스의 경우 용역 제공이 개시된 이후에는 철회가 제한될 수 있지만, 체크인 한참 전에 이루어지는 취소라면 소비자 권리가 우선시될 여지가 크다.
호스트가 예약 과정에서 이러한 취소 정책과 수수료를 명확하게 고지하고 설명하지 않았다면, 약관법 제3조에 따라 해당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아예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억울한 소비자 구제할 골든타임, 플랫폼 책임 강화 입법 시급해
현재 법 구조상 피해 구제의 1차적 책임이 호스트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거래 환경을 지배하는 플랫폼의 책임을 더 이상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장을 열어주는 것을 넘어, 취소 정책의 유형을 직접 제시하고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며 수수료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조계와 소비자 단체는 전자상거래법 및 약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호스트의 불공정 약관을 사전 심사할 의무를 부여하고, 과도한 수수료 부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이 연대책임이나 보증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해결책으로는 체크인 시점에 따른 취소 수수료 법정 상한선(예: 30일 전 취소 시 10% 이내 제한) 설정, 천재지변이나 감염병 등 불가항력적 사유 발생 시 수수료 면제 규정 명문화, 예약 후 24시간 이내 무조건 청약철회 허용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플랫폼 내부에 독립적인 분쟁 해결 기구를 설치하고 환불 지연을 막기 위한 에스크로 시스템을 의무화한다면 소비자의 실질적인 혜택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플랫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은 소비자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억울하게 돈을 떼이는 소비자가 없도록 입법부의 발 빠른 대처와 플랫폼의 자율 규제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