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에 돌입한 '김학의 수사단'...직권남용 혐의 적용은 변수
강제수사에 돌입한 '김학의 수사단'...직권남용 혐의 적용은 변수
4일 김학의·윤중천 자택, 경찰청 압수수색...특가법상 뇌물죄 적용
같은 시각 2013년 '김학의 동영상' 경찰 수사책임자 출국금지 조치
'직권남용' 입증엔 이성한 전 경찰청장의 '인사권 개입' 진술 필요

4일 김학의 전 차관 거주지에 몰려든 취재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저작권자 (C)연합뉴스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관련 의혹을 ‘직권남용·뇌물수수·특수강간’ 세 가지 갈래로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이 출범 6일 만에 검찰 1·2차 수사기록 검토를 마치고 강제수사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일 발족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내 ‘뇌물수수팀’은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김 전 차관의 자택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아울러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혹이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자택 및 사무실, 경찰청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압수수색에 적용된 죄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다. 지난달 25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대행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수사를 권고한 혐의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윤씨를 수사 대상에 넣지는 않았지만, 수사단은 뇌물죄의 특성상 공여자와 수수자를 동시에 수사해야 한다고 봤다.
수사팀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뇌물죄 관련해서 나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장에 적시한 뇌물죄 적용이 형법에 따른 것인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것인지는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과거사위가)그때 권고한 게 기준이 된다”라고 했다. 뇌물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 특가법이 적용된다.
같은 시각 ‘직권남용팀’도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의 성범죄 동영상에 관한 범죄정보를 입수해 내사 단계로 전환하기 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학배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 등 전·현직 수사 관계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과거사위는 지난달 25일, 곽상도(60·15기)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52·23기) 변호사가 사실상 수사를 방해했다며 이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말에서 이듬해 3월 초 경찰청 범죄정보수사과가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이라 불리는 범죄첩보를 수집할 당시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단이 김 전 수사국장을 상대로 빠르게 강제수사에 돌입한 건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관련 진술 확보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김 전 차관의 의혹 사건을 내사 대상으로 전환할지를 두고 고심한 지난 2013년 3월 초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한 이세민 전 경무관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김학배 수사국장은 내사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경무관의 이같은 진술은 수사단이 발족하기 하루 전에 나온 것인 만큼, ‘직권남용팀’이 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간 것이다.
2013년 김학의 법무차관 내정·임명 당시 경찰청에 무슨 일이
지난 2013년 3월 13일, 청와대는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김 전 차관의 법무부 차관 내정을 발표한다. 청와대의 내정 하루 뒤 한 언론에서 ‘김학의 동영상’의 존재를 폭로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하루 뒤 김 전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
2013년 3월 13~15일, 이 사흘 동안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은 경찰이 김 전 차관을 상대로 내사에 들어갔는지 확인하지만, 경찰청 수사 관계자들은 확인해주지 않은 채 동영상 관련 범죄 첩보만 보고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곽 의원은 “내사가 없었다”는 경찰의 말을 믿고, 김 전 차관의 임명을 그대로 진행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허위보고’를 이유로 수사책임자들을 인사조치한 것은 정당한 업무라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 임명 당일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사퇴했다. 새로 경찰 수장이 된 이성한 당시 청장은 한 달가량 지난 4월 5일 치안감급 인사에서 수사책임자인 김 전 치안감을 울산경찰청장으로 전보했다. 열흘 뒤 진행된 경무관급 인사에서는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이 전 경무관이 경찰대학 학생지도부장으로 좌천됐다.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이 변호사는 과거사위가 자신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권고한 직후 “김 전 차관이 지명되기 3~4일 전부터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동영상 관련 첩보가 있는지 물었는데, 지명된 날 오후에 (동영상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로톡뉴스에 자신의 발언 중 ‘지명’의 의미가 임명이 아닌 ‘내정 발표’를 말한다고 문자로 답했다.
당시 수사국장이던 김 전 치안감은 로톡뉴스가 지난달 31일 문자로 “이 변호사의 말처럼 지난 2013년 3월 13일 오후에 동영상의 존재를 보고한 것이 맞느냐”라고 질문한데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실제 진상조사단이 검토한 경찰 수사기록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그해 3월 16일 범죄정보수사과에게 첩보를 이첩받아 이틀 뒤인 18일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전 차관이 임명되고 나서 사흘이 지나서 내사에 돌입한 것이다.
경찰이 동영상을 입수하고 존재 여부를 언론에 공개한 건 바로 다음 날인 19일이다.
지난 2012년 11월 윤씨를 강간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건설업자 권모씨는 이듬해 3월 18일 특수수사과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김학의 동영상’의 존재를 처음으로 진술한다. 이어 다음날 자신의 SNS에 보관 중이던 윤씨가 촬영해 CD로 녹음해 PC로 재생한 영상을 재촬영한 영상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한다.
동영상의 피해자 최모씨도 권씨의 설득 끝에 19일 참고인으로 특수수사과 조사를 받으며 “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가 맞다”고 진술했다. 권씨가 윤씨를 알지만 김 전 차관을 직접 알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인 최씨에게 부탁한 것이다.
경찰은 영상 확보 이틀 뒤인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학의가 맞느냐’라고 감정 의뢰했다. 특수수사과는 이날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직을 자진 사퇴하자,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했다.
국과수는 25일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 작업에서 (김 전 차관과) 동일성 여부를 논단하는 것이 곤란하다”면서도 “다만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하게 관찰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특수수사과에 통보했다.
같은 날 당시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 행정관은 국과수가 ‘동영상 분석 결과문’을 특수수사과에 보내기 직전 서중석 당시 국과수 원장에게 원본 동영상이 포함된 감정서 사본 제출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수사라인 교체가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일까
이처럼 당시 민정수석실의 인사조치와 국과수 감정서 제출 요구를 진상조사단과 과거사위는 수사방해로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결론 냈다.
다만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찰청장의 인사권인 치안감·경무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지가 입증돼야 하는 법리적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수사단이 이 전 청장에게서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에게 부당한 압력을 받아 수사책임자를 인사조치했다'는 취지의 유의미한 진술을 받느냐에 따라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