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라 했는데" 법정 서는 성추행 피해자, 두 번 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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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라 했는데" 법정 서는 성추행 피해자, 두 번 우는 이유

2025. 09. 17 11:0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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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무죄' 주장, 배상금은 '민사소송' 별도

형사·민사 이중고의 현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멈추라 했는데도 계속 만졌어요." 출근길 지하철 성추행, 가해자는 무죄를 주장하는데 피해자는 법정에 서기 두렵다는 절박한 사연이 전해졌다.


끔찍한 기억을 다시 마주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현실,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해자는 '무죄'라는데 법정에 꼭 나가야 하나요?"

가장 큰 딜레마는 피해자의 법정 출석 문제다.


이미 경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진술을 마쳤고, 가해자의 무죄 주장에 반박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는데 굳이 법정에 서야 하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연수 변호사는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라면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증인신문을 받는 절차가 필수적"이라며 "피해자의 직접 진술이 없으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다"고 단언했다.


즉,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이유로 법정에 서지 않으면, 가해자는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무율의 전준휘 변호사 역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근거가 없게 되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에는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을 해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유죄를 입증할 가장 강력하고 결정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자가 가해자와 직접 마주 보고 증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언'이다.


피해자는 법정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증인으로 출석할 때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가족, 상담사 등)과 동석하거나,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차폐시설(칸막이)을 설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피해자 보호 제도를 미리 숙지하고 변호사와 함께 철저히 준비한다면 법정 출석에 대한 공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치료비와 위자료, '배상명령'으로 안 되나요?"

형사 재판과는 별개로, 피해 보상을 받는 절차도 간단치 않다. 법원으로부터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형사 재판 과정에서 민사적 손해배상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제도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범죄 피해 보상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창경의 김찬협 변호사는 "배상명령제도는 금액이 명확한 재산범죄 등에 주로 적용된다"면서 "성범죄 피해자의 치료비, 위자료(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 등은 정해진 금액이 없으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잎의 손우석 변호사도 "배상명령신청을 하더라도 정신적 손해는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려워 법원에서 각하(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심리를 거절하는 결정)될 것"이라며, 위자료를 받으려면 별도의 민사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국선변호사 vs 사선변호사 어떤 선택이 유리할까?"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형사 재판'과 피해 보상을 위한 '민사 소송'이라는 두 개의 힘겨운 싸움을 동시에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은 필수적이다. 성범죄 피해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변호사들은 국선변호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선변호사의 지원 범위가 형사 재판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의 최광희 변호사는 "위자료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민사소송으로 진행해야 하며, 민사소송은 국선변호사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사선 변호사(개인이 직접 선임하는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보다 적극적인 조력을 기대할 수 있다. 최 변호사는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면 청구액 산정, 증거 준비, 형사 절차에서 합의금 조율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비용이 발생하지만, 피해자의 권리를 온전히 지키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피해자의 법정 증언은 유죄 입증의 핵심 열쇠가 된다. 동시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은 '배상명령제도'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해 별도의 민사소송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피해자는 형사 재판과 민사 소송이라는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하는 가혹한 현실에 놓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선 또는 사선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비디오 중계 증언 등 법원이 제공하는 피해자 보호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고통스러운 싸움을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치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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