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주차 관리하다…하루 13명씩 쓰러지는 경비원들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 관리하다…하루 13명씩 쓰러지는 경비원들
산재 통계 급증하는데, 사고 유형조차 파악 못 해

2024년 3월 14일, 관리책임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70대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했던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관계자들과 경비노동자들이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출근하는 아침, 아파트 입구를 지키고 늦은 밤 택배를 건네주는 경비원.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들의 일상 뒤에 충격적인 현실이 숨어 있었다. 이들 중 하루 평균 13명이 산업재해로 쓰러지고 있다.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물 경비원들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5,000건에 육박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노동 현장의 비극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5000건은 빙산의 일각
지난해 경비원 산재 승인 건수는 4,961건에 달했다. 2020년 3,800여 건에서 가파르게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2,500건을 넘어섰다. 연말이면 5,000건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숫자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작가는 방송에서 "노무사들은 이것도 사실 신청이 적어서 나온 숫자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경비원이 자신이 겪은 사고나 질병이 산재에 해당하는지조차 모르거나, 알고도 신청 절차가 어렵거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숫자의 증가세가 역설적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고가 묻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가장 심각한 재해는 '과로사'…전 직종 압도적 1위
산재는 크게 사고, 질병, 출퇴근 재해로 나뉜다. 지난해 경비원 산재 중 사고가 3,900여 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가장 심각하게 봐야 할 부분은 '질병'이다. 특히 뇌심혈관 질환, 즉 과로사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과로로 숨진 경비원은 31명으로, 모든 직종을 통틀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사망 직전 3개월간 주 평균 70~80시간을 일한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이 휴게나 휴일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되고, 24시간 교대 근무와 야간 업무가 맞물리면서 과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비원=만능 해결사? 주차 관리·제설 작업에 사고 다발
경비 업무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잡무 또한 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유 작가는 "주차 관리를 하다가 끼임 사고를 당한 경우도 많고, 반려동물을 찾아달라는 민원에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낙상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나무에 걸린 옷가지를 빼주다 추락하거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쓰레기 분리수거와 이동 작업을 하고, 한두 시간 만에 제설 작업을 마쳐야 하는 고강도 노동이 일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들이 어떤 유형으로 얼마나 발생하는지 분류된 통계조차 없다는 점이다.
유 작가는 "산재 승인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예방을 담당하는 안전보건공단, 이를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모두 마땅히 갖고 있어야 할 통계인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산재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뿌리는 경비원에게 주어진 과도한 책임과 고강도 노동, 그리고 이를 외면하는 관리·감독 시스템에 있다. 이런 열악한 실태 뒤에 '전기세 아까우니 에어컨 끄라'는 비정한 갑질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쓰러져가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실태 조사와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