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었다, 어쩔래?' 신고했더니 '무고죄' 역고소…배달기사의 반격
'술 먹었다, 어쩔래?' 신고했더니 '무고죄' 역고소…배달기사의 반격
전문가들 "블랙박스 영상이 결정적 증거…무고죄 성립 가능성 높아, 협박·모욕죄도 추가 고소 가능"

음주운전을 시인한 운전자를 신고한 배달기사가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술 마셨다"는 운전자 말에 신고했더니, 무고죄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한 배달기사의 사연이 다.
배달 일을 하던 A씨의 하루는 음주가 의심되는 차량 한 대와 마주치며 송두리째 흔들렸다. A씨가 "음주운전 하셨냐"고 묻자, 상대 운전자 B씨에게서 돌아온 답은 "술 먹었다, 어쩔래"라는 황당한 시인이었다. 시민의 의무감에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B씨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그는 "너 신고하면 무고죄야. 꼭 감옥 넣어줄게"라며 협박을 퍼부었다.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도 "그러니까 천 원짜리 배달이나 하고 있다"는 모욕적인 폭언을 쏟아냈고,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려는 위협적인 행동까지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B씨에게서는 알코올이 감지되지 않았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음주운전한 것을 보았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고소장에 적어 A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할 당시 "음주운전을 시인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결국 A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A씨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B씨가 음주를 시인하고 협박한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결정적 증거 덕분에 A씨는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고, B씨의 이의신청으로 넘어간 검찰에서도 최종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이제 A씨는 B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한 말과 다르게 고소했다"…무고죄, 가능할까?
가장 큰 쟁점은 B씨에게 무고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다. 무고죄는 타인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할 때 성립한다. A씨의 사례처럼, 신고 내용 자체를 왜곡해 고소한 경우 무고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상대방의 고소가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무고죄로 고소가 가능하다"며 "상대방이 고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기재해 형사처벌을 받게 할 의도로 고소했음을 입증해야 하며, 현재 블랙박스 증거와 수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출신인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 역시 "상대방이 검찰 단계까지 이의를 제기하며 허위 주장을 계속했다는 점에서, 무고의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다만, 무고죄 입증이 까다롭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무고는 쉽게 인정되는 범죄가 아니므로 상대방을 반드시 처벌하고자 한다면 변호사의 조력 하에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고하면 감옥" 협박과 폭언, 어떤 처벌이 가능할까?
B씨의 협박과 폭언은 별도의 범죄 혐의를 구성한다.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협박죄, 모욕죄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음주운전 의심 신고는 공익신고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협박이나 폭언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법은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어떤 불이익 조치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 적용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신현돈 변호사(법률사무소 금옥)는 "'공익신고'에는 해당할 수 있으나, '공익신고자 보호법' 적용 사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신 모욕죄 성립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에 다수의 변호사들은 협박죄와 모욕죄, 폭행죄(미수 포함)로 직접 고소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한 변호사는 "'무고죄로 감옥에 넣겠다'는 발언은 협박죄, '배달이나 하는 사람'이라는 발언은 모욕죄, 물병을 던지려 한 행위는 폭행죄로 각각 고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A씨의 사례는 선의의 신고가 어떻게 부당한 공격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에 맞서기 위해 '객관적 증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억울한 누명을 벗은 A씨가 이제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반격에 나선 가운데, 법의 심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