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막고 훈련 'ZERO'... 23명 죽음으로 몬 '탐욕', 징역 15년으로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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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9명 상해 리튬전지 공장 화재 참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9명에게 상해를 입힌 경기 화성 소재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I(이하 I) 공장 화재 사고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I의 경영책임자인 A 대표이사에게 징역 15년, 운영총괄본부장 B에게도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 업무상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등 총 7가지 혐의가 적용되었으며, 특히 다수의 사망자 발생과 불법 파견, 경영책임자의 범위 등 여러 법적 쟁점이 얽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법원은 이 사건을 “예측 불가능하였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였다”고 규정하며, 사업주의 안전불감증과 이윤 극대화를 우선한 경영 행태를 엄중히 질타했다.
'지연폭발' 예견 못했다는 주장 기각... 사고 직후 조치 없었던 것이 치명적 과실
사고는 2024년 6월 24일 오전, I 공장 3동 2층 패킹룸에서 발생했다. 전해액이 주입된 리튬 1차전지 트레이 중 하나에서 단락에 의한 폭발 및 화재가 발생했고, 이는 수십 초 만에 다른 전지로 연쇄 폭발하며 급격히 확산됐다.
사망자 23명 중 20명은 파견근로자였다.
피고인 측은 전해액 주입 후 시간이 지난 완제품 단계의 전지가 폭발한 것은 이례적인 ‘지연폭발’ 양상으로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튬 1차전지 폭발은 늘 예견 가능했다
- 반복된 사고 기록: I 공장에서는 이미 2021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지 폭발 및 화재 사고가 총 4회 발생한 전례가 있다. 이는 전해액 주입 후 전지의 폭발 가능성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다.
- 에이징 기간 중 위험성 인지: 전문가들의 진술에 따르면, 전해액 주입 후 전압이 안정화되기 전인 에이징 기간(통상 7일) 동안에도 단락 위험성이 존재하며 폭발까지 시간적 간격이 다양할 수 있다. 즉, 이틀이 지난 시점의 지연폭발 역시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리튬 1차전지 생산업체로서는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해야 할 위험이었다.
- 열감지기 미설치와 관리 소홀: 피고인 B은 폭발의 전조증상인 발열을 감지할 열감지기를 전지 보관 장소(드라이룸, 프리세팅룸, 패킹룸)에 설치하지 않아 폭발 위험 전지를 걸러내지 못했다. 수작업에 의존한 발열 검사는 수많은 전지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선행 폭발 사고’ 직후에도 안일했던 조치
특히 법원은 이 사건 화재 이틀 전인 2024년 6월 22일, 전해액 주입 직후 발생한 전지 폭발 사고를 ‘중요한 전조증상’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 된 전지는 6월 22일 선행 폭발 사고 당시와 동일한 로트에서 생산된 전지로 확인됐다.
B과 F(생산1파트장)는 이 사고 후 해당 로트 전지들에 대해 후속 공정을 중단하거나, 추가적인 발열 검사를 실시하거나, 안전성 확보 시까지 분리 보관하도록 지시 및 실행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
오히려 통상적인 공정대로 해당 전지들을 이틀 후 화재가 발생한 3동 2층 패킹룸으로 운반하여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23명 사망 원인은 대피 불가능 구조... '안전교육 전무'와 '비상구 앞 적치'
이처럼 화재 발생 자체를 막지 못한 과실 외에도, 법원은 대피 교육 및 비상구 관리 소홀이 피해자들의 사망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파견근로자 대상 안전교육·소방훈련 전무
피고인 B, C, E은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정기 안전보건교육과 채용 및 작업내용 변경 시 안전보건교육(사고 시 긴급조치 사항 포함) 의무를 위반했다.
2024년 소방계획서 미작성과 피난 훈련을 포함한 소방훈련 및 교육 미실시가 확인됐다.
법원은 "리튬 1차전지 화재 시 대피 요령과 피난경로가 숙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화재 진압을 시도하거나, 대피하지 않고 구석에 모여드는 등 '골든 타임'을 놓치고 사상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막혀버린 비상구와 통로
이 사건 공장 3동은 리튬을 취급하는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로, 안전보건규칙상 비상구 및 비상통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3동 2층 패킹룸의 가장 빠른 비상 통로는 보안 장치가 설정된 문을 통과해야 했고, 평소 근로자들이 비상통로로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 있었다.
또한, 패킹룸과 연구소 사이에 샌드위치 판넬 가벽이 설치되어 있어 화재 발화지점을 통과하지 않고는 반대편 비상구로 대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비상 통로에는 대량의 전지 트레이와 물건들이 적치되어 있어 다수의 인원이 대피하기 어려운 상태로 유지된 과실이 인정됐다.
'바지 사장' 논란 딛고 A 대표이사에게도 중대재해법 책임 인정
A 대표이사는 아들인 B에게 경영을 위임했으며, 자신은 명목상 대표이사에 불과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A는 I의 대표이사이자 모회사 M의 최대 주주로서 I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했다.
B으로부터 주간업무보고 등 상세한 경영 상황을 보고받고, 자금 차용·출자전환·대출 연대보증·임원 인사·군납 수주 가격 등 중요 경영 사항에 직접 관여하며 최종 승인 및 지시 권한을 행사했다.
B이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했더라도, 이는 일상적 업무의 위임일 뿐, A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포기하지 않은 사업총괄책임자였다.
법원은 A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이 B으로 하여금 산업안전보건법상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게 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책임을 인정했다.
외국인 파견근로자 20명 사망의 그늘... '이윤 극대화'로 인한 파견법 위반
이번 사고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파견근로자로 확인되면서, I의 불법 파견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법원은 A와 B 모두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해 무허가 파견업체(J, K)로부터 장기간 다수의 근로자를 파견받은 파견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이 사건 사망 결과가 "불법파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명시하며, 이윤 극대화를 위한 불법 파견이 "안전보건교육과 소방훈련이 내실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주요 원인이었음을 지적했다.
한편, B은 군납 품질보증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용량 미달 전지를 '수검용 전지'로 바꿔치기하는 등 업무방해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도 인정받아 가중 처벌을 받았다.
'합의'에도 중형 피할 수 없었다... 법원, '학습효과' 근절 의지 표명
법원은 피고인들이 유족 18명과 합의하고 2명에게 일부 변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의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기업가가 이윤 극대화에 몰두하다가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으로 유족과 합의하고 선처를 받는 선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악순환을 뿌리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형벌의 일반예방 효과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이번 사건에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