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개월 전 취소했는데 '계약금 환불 불가'…법원 판단은?
결혼 10개월 전 취소했는데 '계약금 환불 불가'…법원 판단은?
"서명도 안 했는데 환불 불가"…100만원에 발목 잡힌 예비부부의 절규

예식 10개월 전 계약을 취소한 예비부부가 웨딩홀로부터 계약금 환불을 거부당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인생 최고의 날이 될 줄 알았던 결혼 준비가 '100만원' 때문에 악몽으로 변했다.
계약서에 서명 한번 하지 않았는데, 돈부터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웨딩홀이 '환불 불가'를 통보했다. 예식은 무려 10개월이나 남은 상황.
황당한 예비부부의 사연에 법조계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원의 판단 역시 소비자의 편이다.
"서명도 안 했는데…돈 보내니 '환불 불가' 통보"
예비 신부 A씨의 사연은 이렇다. 2025년 12월 14일 예식을 위해 지난 2월 5일 한 웨딩홀과 상담 후 계약금 1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불과 6일 뒤인 2월 11일, 피치 못할 개인 사정으로 예식을 올릴 수 없게 되어 업체에 계약 취소와 함께 계약금 반환을 요청했다. 예식일까지는 10개월 넘게 남은 시점이었다.그러나 A씨에게 돌아온 것은 '회사 내규상 절대 불가'라는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A씨는 "계약 관련해 어떤 서명도 하지 않았는데, 입금 1시간 뒤에 계약 관련 메일만 떡하니 보내놓고 환불 불가 내용을 조그맣게 적어놨다"며 "업체가 너무 악질이라 상담을 구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액이라 소송 안 할 줄 알고…" 변호사들 '한목소리'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업체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가 소액이라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가 법적 대응을 포기할 것이라 예상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소액이기 때문에 귀하가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법무법인 시그니처 김정학 변호사 역시 "일부 웨딩홀 업체는 계약금액이 비교적 소액인 관계로, 고객들이 실제 소송 내지 분쟁화시키지 못하는 점을 이용하여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소액이라 포기할 것이라는 업체의 오판"이라며, 내용증명 발송과 같은 '경고장'부터 시작해 지급명령 신청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원의 저울은 소비자에게로…'90일의 법칙'
현행법과 법원의 판례는 명확히 소비자의 편에 서 있다. 핵심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칭 약관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계약 내용을 규제하는 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식장이용 표준약관'이다.약관법 제3조는 사업자가 계약 체결 시 환불 규정과 같은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의무(설명의무)를 규정한다. A씨의 경우처럼 계약금 입금 후에야 이메일로 슬쩍 알리는 것은 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해당 환불 불가 조항은 계약 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설령 계약 내용으로 인정되더라도, 법원은 예식일로부터 90일 이전에 계약을 해제했다면 계약금을 전액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관련 판결(2020나77796)에서 "예식예정일 90일 전까지는 예식장 업주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계약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A씨는 10개월(약 300일) 전에 취소했으므로 이 기준에 따라 전액 환불 대상이다.
내용증명부터 소액심판까지…'내 돈' 되찾는 법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단계적 대응을 추천한다.우선 변호사나 법무법인 명의로 '계약 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법무법인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우선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금 반환을 정식 요청하고, 그래도 환불이 거부될 경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또는 법적 절차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내용증명에도 업체가 버틴다면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으로 신고해 압박할 수 있다.
최후의 수단은 법원에 계약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액사건심판'(3,000만원 이하 금전 소송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재판)을 제기하는 것이다. 비록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부당한 '내규'에 맞서 권리를 되찾을 길은 충분히 열려 있다.
A씨의 사례는 비단 한 웨딩홀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 비대칭을 무기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위에 군림하려는 일부 업체의 낡은 관행에 법원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