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만들어줬더니 사기꾼?…경찰 '무혐의' 두 번, 검찰은 '묵묵부답'
홈페이지 만들어줬더니 사기꾼?…경찰 '무혐의' 두 번, 검찰은 '묵묵부답'
성실히 일한 개발자, '추가 요구' 거절하자 사기 고소당해…법조계 “형사 아닌 민사, 의견서로 적극 대응해야”

고객의 요구대로 홈페이지를 두 번 제작해주고도 사기죄로 고소당한 개발자가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홈페이지를 완벽하게 만들어줬는데, 하루아침에 사기꾼으로 몰렸다.
한 개발자가 고객의 요구대로 홈페이지를 두 번이나 제작해주고도 사기죄로 고소당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은 이미 두 차례나 ‘죄가 안 된다’고 결론 내렸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두 달 넘게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으면서 개발자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사장님이라 부르라더니”…만족했던 고객의 돌변
사건의 시작은 평범한 홈페이지 제작 의뢰였다. 개발자 A씨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100% 반영해 첫 번째 홈페이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줬다. 결과물에 크게 만족한 고객은 A씨에게 두 번째 홈페이지 제작까지 맡겼다.
A씨는 이번에도 계약 내용에 따라 모든 기능을 구현했다. 하지만 고객은 갑자기 계약 범위를 벗어나는 “터무니없는 기능”을 추가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A씨가 기술적으로나 계약상으로 어렵다고 설명하자 고객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홈페이지 제작 비용 전액을 환불해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한 A씨가 환불을 거부하자, 고객은 실제로 A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경찰은 두 번 “죄 안돼”…왜 검찰은 답이 없나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 내용을 성실히 이행했고, 대금을 가로챌 의도(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으로 사건을 종결(불송치)했다. 하지만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재수사를 벌인 경찰의 판단은 같았다. 다시 한번 ‘기존 의견 유지’로 검찰에 사건을 보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경찰의 거듭된 무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소식을 주지 않고 있다.
A씨는 “처음부터 자기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라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더니 일이 이렇게 되어 너무 속상하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탄원서 아닌 의견서”…변호사들 ‘결정적 한 방’ 조언
답답한 마음에 법률 전문가들을 찾은 A씨에게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무혐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러 변호사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탄원서’가 아닌, 법리적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의견서에 첫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료, 두 번째 프로젝트의 성실한 이행 증거, 고소인의 무리한 추가 요구와 협박성 발언 등 고소의 부당성을 입증할 정황을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 역시 “무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탄원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변호사들의 조언은 A씨의 행위가 범죄가 아님을 법리적으로 명확히 설명하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계약서, 작업 완료를 입증하는 이메일과 메시지, 고객이 만족을 표시했던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첨부해 주장의 신빙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와 ‘채무불이행’의 경계…법원은 어떻게 보나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형사상 ‘사기죄’가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의 전형적인 예라고 분석한다.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돈이나 재물을 가로챌 ‘편취의 고의’가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2008도443) 역시 “편취의 고의는 계약 체결 전후의 재력, 환경, 거래 이행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A씨의 경우, 첫 번째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했고 두 번째 계약도 요구사항대로 마친 점에 비춰볼 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계약 내용의 해석이나 추가 요구사항에 대한 이견은 당사자 간의 계약 분쟁, 즉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경찰이 기존 의견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무혐의 가능성이 높다”며 “추후 무혐의 처분을 받고 고소인이 악의적으로 법적 절차를 이용했다는 점을 강조해 무고죄 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