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똑같이 당했어도 피해자가 성인이면 솜방망이⋯n번방 판박이 수법 쓴 남성 징역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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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똑같이 당했어도 피해자가 성인이면 솜방망이⋯n번방 판박이 수법 쓴 남성 징역 1년

2020. 05. 02 20:3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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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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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아청법 적용해 최소 '징역 5년 이상'

하지만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엔⋯강제추행죄 적용하는 현실

피해자에게 성착취물 30개를 만들어낸 A씨. 방식이 n번방 수법과 똑같았지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피해자가 성인이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은밀한 영상을 6개월간 매일 보내주면 3억원이 넘는 돈을 주겠다."


지난 2017년 A씨는 SNS에서 만난 B씨(19)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거액의 돈을 줄테니 특정 영상을 찍어서 보내라는 제안이었다. 이 말을 믿은 B씨는 영상을 찍어 보냈다. B씨는 몇 차례 영상을 보냈지만, 이후 '뭔가가 이상하다' 싶은 느낌을 받은 직후 "그만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A씨의 본격적인 협박이 시작됐다. A씨는 "말을 듣게 해주겠다"며 그동안 받은 영상 중 하나를 캡쳐해 SNS에 올렸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 SNS였다.


"〇〇(피해자 이름)이 인생 X됨. 빨리 전화해줘. 진짜 일 커진다."


그리고는 그 사실을 B씨의 친구들에게 알렸다. "꼭 B씨에게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B씨에게는 문자메시지로 "10분간 기다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B씨가 "(유포를) 멈추고 시간을 달라"며 부탁했지만, A씨는 "기다리란 말 이젠 질린다"며 압박의 강도를 올렸다.


n번방 '판박이' 수법⋯피해자도 여러명, 동종전과도 있지만 징역 1년

피해자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붙잡혔다. B씨를 협박한 죄질도 나쁘고, 성착취물도 30개를 넘게 제작한 경우라 A씨에겐 중형이 선고됐어야 했지만,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인 B씨가 아동·청소년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적용할 수 없었던 탓이 컸다.


A씨의 수법은 '텔레그램방 성착취 영상 제작' 일당과 판박이였다. 3억원이라는 큰돈을 제시하며 B씨에게 성착취 영상을 보내도록 제안하고, 영상을 확보한 뒤에는 "유포 당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계속 그런 영상을 제작하도록 강요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A씨 말고도 더 있었다.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보면 "피의자가 다른 사람 상대로 범행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게다가 A씨는 동종 전과도 앞서 두 차례나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과거에도 이번과 동일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성인 피해자에 적용할 '법' 없어⋯형량 낮은 강제추행 및 강요 적용할 수밖에

이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정재희 부장판사)는 이런 사정을 모두 고려했지만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적용한 강제추행미수와 강요미수를 모두 인정했지만 형량은 1년에 그쳤다.


판결문을 보면 온통 A씨에게 불리한 내용뿐이다.


정 부장판사는 "(과거 A씨의 범행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과감해지고 있다"며 "피고인은 죄책감이 결여돼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또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까지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역 1년이 나온 이유는, A씨에게 적용된 법 조항에 있었다. 검찰은 일단 A씨가 B씨에게 "유포하기 전에 영상을 더 찍어서 보내라"고 협박하기 전에 있었던 일은 수사 대상에 넣지 않았다. 돈을 받기로 하고 영상을 찍은 부분은 범죄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강제추행이나 강요가 아니라, 각각의 미수죄를 적용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성인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제작죄'라는 법률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아청법 제11조 1항(제작죄)을 적용할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엔 그런 제작 행위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


'n번방' 일당에게 범죄를 당한 성인 피해자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지만, 아직 발효 전이다. 서둘러 발효된다 하더라도 기소가 된 이후 이뤄진 법 개정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에게는 영향을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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