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꼼수 이혼소송, "카톡 읽었다"…덜미 잡히나
'위장전입' 꼼수 이혼소송, "카톡 읽었다"…덜미 잡히나
1심 패소 후 '몰랐다'며 추완항소 낸 남편…법조계 "고의적 소송 회피, 기각 가능성 매우 높아"

이혼 소송에서 패소한 남편이 위장전입으로 판결을 몰랐다며 항소했지만, 아내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소송 사실을 알린 증거를 제출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 소송에서 패소한 남편이 5년간의 위장전입 사실을 숨긴 채 '판결을 몰랐다'며 항소했지만, 소송 사실을 알렸던 아내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결정적 증거로 떠올랐다.
5년간의 유령 주소, 공시송달로 끝난 1심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 A씨는 남편 B씨에게 소장을 보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B씨가 5년 전부터 실제 살지도 않는 불명의 주소로 위장전입을 해놓고 모든 우편물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서류가 전달되지 않자 공시송달(소송 서류를 법원 게시판 등에 일정 기간 게시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 재판을 진행했고, B씨가 불출석한 가운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나는 몰랐다" 뒤늦은 항소와 결정적 증거 '카톡'
1심 판결이 나고 항소 기간이 모두 지나자, B씨는 '판결 사실을 몰랐으니 다시 재판해달라'며 추완항소를 제기했다. 그는 항소심에도 여전히 유령 주소를 기재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하지만 A씨에게는 B씨의 주장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가 있었다. A씨는 소송 시작과 동시에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소장과 사건번호를 모두 보냈고, B씨의 카톡에는 메시지를 읽었다는 '1' 사라짐 표시가 선명히 남아있었다. 심지어 B씨가 "그 주소에 살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백한 이메일도 확보한 상태였다.
법조계 한목소리 "고의적 회피, 추완항소 안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추완항소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추완항소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판결 사실을 몰랐을 때만 인정된다.
법무법인 저스트 도형욱 변호사는 "소송 제기 사실을 오래전부터 인지한 상황"이라며 "추완항소 요건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위장전입과 소송 사실 인지 등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아니며, 오히려 소송을 회피하기 위한 고의적 행위"라고 분석했다.
대법원 판례도 "소송 알았다면 조사할 의무 있어"
과거 대법원 판례는 B씨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 대법원은 소송 진행 사실을 아는 당사자에게 '소송 진행 상황을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즉, B씨가 카톡 등을 통해 소송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면, 서류가 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법원에 연락해 재판 경과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게을리한 책임은 B씨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다.
'꼼수'는 통할까…증거 기반한 '항소 각하' 신청이 관건
A씨는 B씨의 추완항소를 기각시켜달라는 의견서와 함께 그간 모아온 증거들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상대방의 고의적 송달 회피가 명백한 만큼, 자백 메일, 메시지 기록 등 관련 증거를 정리해 추완항소 기각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의적으로 사법 절차를 회피하려 한 B씨의 '꼼수'가 법원에서 통할지, 아니면 A씨가 제출할 명백한 증거 앞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