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에 A형 수혈 사망, 시신 방치한 병원
O형에 A형 수혈 사망, 시신 방치한 병원
유족 '보상 확약' 요구에 병원 '장례부터'…전문가들 '증거 확보' 한목소리

형액형 O형 노인이 A형 혈액을 잘못 수혈받고 사망했다. / AI 생성 이미지
감기 증세로 입원한 노인이 혈액형이 다른 피를 수혈받고 사망하는 참혹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병원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보상 논의는 장례 이후로 미루고, 심지어 시신을 냉동시설도 없는 곳에 방치해 유족의 분노를 사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치보다 병원의 과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즉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감기 치료하다 참변…돌이킬 수 없는 20분의 수혈
평범한 감기 치료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2주 전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은 할아버지는 폐렴과 헤모글로빈 부족 진단을 받고 수혈에 들어갔다.
그러나 혈액형이 O형인 환자에게 A형 혈액이 20분간 잘못 주입되는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다. 병원 측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혈액 정화 등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환자의 의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장례부터 치르라'…과실 인정 후 시신 방치한 병원
병원 측은 수혈 오류와 그로 인한 사망 사실을 구두로 인정했다. 사망진단서에 '잘못 수혈'을 원인으로 기재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인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합의금 책정이 어려우니 일단 장례를 치르고 논의하자"며 한 발 물러섰다. 유족은 병원의 말 바꾸기를 우려해 "보상에 대한 확약을 먼저 달라"고 맞섰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시간이 넘도록 양측의 대치는 이어졌고, 그 사이 고인은 냉동 보관실도 없는 병원에 그대로 방치되는 기막힌 상황에 처했다. 유족은 "어떠한 확약도 없이 장례를 치르면 나중에 말 바꿨을 때 입증이 안 될 우려가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전문가들 "장례 미루면 불리…확약서 아닌 증거가 먼저"
법률 전문가들은 유족의 불안감에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대응 방식은 실익이 없다고 경고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장례 보류'보다 '신속하고 확실한 증거 확보'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지금은 감정적으로 버티기보다 '증거 확보와 절차 선점'이 가장 중요합니다"라며 "다만 구두 인정만 믿고 장례를 미루는 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구두 약속이 아닌 법적 효력을 갖는 증거를 손에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증거 확보 방안도 제시됐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우선 금액이 빠진 '사고경위 확인서'를 병원에 요구하십시오. 오수혈 사실, 사고 시각, 병원의 과실 인정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며 병원장 직인이 날인되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향후 병원이 입장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된다.
이와 함께 모든 진료기록 일체와 '잘못 수혈'이 명기된 사망진단서, 병원 관계자와의 대화 녹취 확보는 필수적인 조치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거만 확실히 확보된다면, 장례를 치르더라도 유족의 법적 권리는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의료분쟁조정' 등 법적 대응은
이번 사건은 병원 측에 민사, 형사, 행정적 책임을 모두 물을 수 있는 중대 의료사고에 해당한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의료진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형법 제268조)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족은 민사상 병원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배상 항목에는 고인이 생존했을 경우 벌었을 일실수입,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그리고 실제 지출된 장례비 등이 포함된다.
변호사들은 당장 병원과 합의가 어렵다면 법적 절차를 활용해 압박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특히 소송보다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됐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이 절차는 전문적인 감정을 통해 객관적인 과실 여부와 배상액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신청이 비교적 신속하게 감정과 배상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에서 증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자료 확보와 법적 절차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