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쓰레기통' 된 상담사들의 반격…전화기 너머 욕설,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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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쓰레기통' 된 상담사들의 반격…전화기 너머 욕설,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나?

2025. 09. 04 12:0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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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격 모독성 발언 반복되면 모욕죄·업무방해죄 가능... 녹취 확보가 핵심”

수화기 너머 보이지 않는 상대의 폭언에 '감정 쓰레기통'이 된 상담사들. 과연 전화기 너머의 폭언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셔터스톡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려요”... 전화기 너머 욕설, 죄가 될까요?


수화기 너머 보이지 않는 상대의 폭언에 '감정 쓰레기통'이 된 상담사들. 과연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뿐인 폭언, 과연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결정적 증거인 '녹취'만 있다면,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는 게 뭐냐” 비아냥에 욕설까지…‘감정의 최전선’에 선 상담사


외제차 콜센터 상담사 A씨의 업무는 예약 접수와 간단한 차량 상담이다. 현장 상황을 즉각 알 수 없는 탓에 상세한 안내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고객의 불만은 A씨에게 그대로 쏟아진다.


“거기 앉아서 하는 게 뭐냐”, “적고 전달하는 것밖에 못 하면서” 같은 비아냥은 일상이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반말로 “나랑 장난하냐”며 윽박지르거나 혼잣말처럼 욕설을 내뱉는 고객도 부지기수다.


A씨는 “고객의 폭언을 들을 때마다 사람인지라 손도 떨리고 목소리도 떨린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모욕죄와 업무방해죄, 전화 폭언에 칼날 겨눈 법


그렇다면 A씨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불친절하거나 반말을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면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핵심은 ‘모욕죄’와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다.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고객의 발언이 사회통념상 인격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상담사 개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병X’, ‘미친X’ 등 특정인을 향한 명백한 욕설은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고의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정상적인 업무를 마비시키는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모욕죄로 가는 길에는 ‘공연성(公然性)’이라는 가장 큰 산이 버티고 있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변호사들은 “1:1 통화는 원칙적으로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만약 스피커폰을 통해 주변 동료들이 함께 듣고 있었다는 점 등을 입증할 수 있다면 예외적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녹취’ 없인 이길 수 없다…처벌의 성패 가를 결정적 증거


법적 대응을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호사들은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 확보가 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고객이 “혼잣말이었다”거나 “상담사에게 한 말이 아니다”라고 발뺌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콜센터 직원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한 고객에게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2노2169 판결).


증거 확보했다면 ‘6개월의 시간’을 놓치지 마라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면 행동으로 옮길 시간이다.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親告罪)’에 해당한다. 따라서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가해자를 처벌할 기회를 잃게 된다.


‘감정노동자 보호법’…회사는 더 이상 방패막이가 아니다


개인의 법적 대응과 별개로, 회사는 상담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그 근거다. 이 법에 따라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을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상담사를 업무에서 일시적으로 분리하거나 휴식을 주는 등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오주하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폭언을 하는 고객에 대해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질병을 얻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길도 열려 있다.


결론적으로 전화기 너머의 폭언은 더 이상 ‘참아야 할 응대’가 아닌 ‘처벌 가능한 범죄’가 될 수 있다. 물론 단순 불만 표현과 인격 모독적 폭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고, ‘공연성’을 입증해야 하는 등 형사 고소의 문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백한 욕설과 협박이 담긴 ‘녹취’라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상담사 개인은 모욕죄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라는 법적 무기를 쥘 수 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도 누군가의 소중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법과 사회가 함께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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