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피해자 "내 돈 3천만원 찾으려다 5천만원 자금세탁범 될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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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 피해자 "내 돈 3천만원 찾으려다 5천만원 자금세탁범 될 판입니다"

2025. 10. 15 15:3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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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고의성 입증 여부가 관건

형법·민법상 책임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 돈 3,050만 원을 잃고, 이제는 다른 피해자들 돈까지 물어줘야 할 판입니다."


데이팅 어플로 만난 인연에 3천만 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5천만 원대 '자금 전달책'으로 전락한 한 남성의 절규다. 한순간의 실수가 그를 피해자에서 공범 혐의자로 내몰았다.


3천만원 앗아간 '로맨스 스캠'

사건의 시작은 평범한 데이팅 어플이었다. A씨는 그곳에서 만난 여성의 유인으로 특정 라이브방송 사이트에 가입했다. 여성이 선물한 '포인트'가 비극의 씨앗이었다.


사이트 측은 "그 포인트는 불법 자금 세탁에 연루됐다"며 "신고당하기 싫으면 돈을 보내 등급을 올리라"고 A씨를 압박했다. 협박에 못 이겨 보낸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3,050만 원에 달했다. 뒤늦게 사기임을 깨달았지만, 조직의 마수는 끝나지 않았다.


"네 돈 찾아줄게" 악마의 속삭임, 5천만원 전달책 되다

조직은 "네가 보낸 돈을 돌려받고 싶으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며 A씨를 옥죄었다. 그들이 내민 제안은 '지원금'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범죄였다. A씨의 계좌로 다른 피해자들이 보낸 돈이 입금되기 시작했고, 총액은 5,000만 원에 달했다.


조직은 "그 돈으로 상품권을 사서 우리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 입금자 이름이 계속 바뀌는 것을 수상히 여긴 A씨가 "왜 이름이 다 다르냐"고 묻자, 돌아온 것은 "사이트 계좌 정지에 대한 3,6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서슬 퍼런 협박뿐이었다. A씨는 결국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인가 공범인가…'고의성'에 달린 형사 책임

A씨의 가장 큰 두려움은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처벌받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전달책은 사기 범죄 공범으로 형법 제347조(사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은 이때 범죄 가담의 '고의성'을 핵심적으로 본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행위자가 사기 범행임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며 "A씨가 지원금 출처를 의심하며 문의한 대화 내역 등은 고의성을 부정하는 유리한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범죄임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적극 가담한 게 아니라, 협박과 기망에 못 이겨 소극적으로 이용당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법원 역시 보이스피싱 전달책의 사기 방조 혐의에 대해 '자신의 행위가 범죄 실현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였는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형사 처벌 피해도 빚더미 앉나…민사 책임의 그늘

형사 처벌을 피하더라도 민사 책임 문제가 남는다. A씨 계좌를 거쳐 돈을 잃은 다른 피해자들이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든든 법률사무소 조수진 변호사는 "실질적 가담자가 아니라 속은 피해자로 인정되면 다른 피해자의 피해금을 전액 변제할 법적 책임은 없다"면서도 "A씨를 통해 실제 전달된 금액 범위 내에서 일부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씨 역시 3,050만 원을 잃은 피해자라는 점, '수고비' 명목의 10만 원을 쓰지 않고 보관 중인 점 등은 책임 범위를 줄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호사들, 골든타임 내 초기 대응 강조

변호사들은 A씨의 상황에 대해 초기 대응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보유 중인 모든 증거자료를 가지고 즉시 경찰에 방문해 본인이 사기 피해를 당했고, 협박에 의해 원치 않는 행위에 가담하게 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기 조직과의 대화 내역, 협박 내용, 의심을 표한 정황 등은 A씨가 단순 공범이 아닌 이용당한 피해자임을 증명할 결정적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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