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8년을 8개월로 잘못 읽은 판사⋯구두 선고와 판결문 다를 때 무엇이 우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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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8년을 8개월로 잘못 읽은 판사⋯구두 선고와 판결문 다를 때 무엇이 우선할까

2026. 06. 19 18:0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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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장, 주범에게 구두로 "징역 8개월" 잘못 읽어

대법원 판례상 '구두 선고'가 절대적 우선

피고인 측 이의 제기 "법리적 정당"

144억 원대 전세사기 주범이 1심 재판장의 구두 선고 착오로 징역 8개월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144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사기범이 1심 재판장의 말실수 한 번으로 징역 8년에서 징역 8개월로 형량이 수직 하락하는 법정 촌극이 벌어졌다. 피해자만 127명에 달하는 중대 범죄였지만, 자칫하면 사기범이 8개월 만에 교도소 문을 나설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 등 3명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대전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가구주택을 지은 뒤, 세입자 127명으로부터 보증금 약 144억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지난 2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발생했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주범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다"고 구두로 주문을 낭독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피고인 측에 송달된 서면 판결문에는 형량이 '징역 8년'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공범들에게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을 감안하면, 주범인 A씨의 징역 8개월은 명백히 재판장이 주문을 잘못 읽은 착오였다.


판결문보다 구두 선고가 우선… 검찰 항소 없었다면 8개월 확정


이 황당한 상황에서 징역 8년과 징역 8개월 중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는 것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정에서 판사의 입을 통해 나온 '구두 선고'가 무조건 우선한다.


형사소송법상 판결의 효력은 공판정에서의 선고에 의해 발생한다.


대법원 역시 "판결 선고 내용과 판결서의 내용이 다르면 선고된 내용에 따라 판결 효력이 발생하고, 판결서는 판결 내용을 확인하는 문서일 뿐 판결서가 판결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15모2229).


즉, 판사가 법정에서 "징역 8개월"을 입 밖으로 낸 순간, 서면 판결문에 어떻게 적혀 있든 A씨의 형량은 징역 8개월로 법적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검찰 측이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하지 않았다면, A씨는 재판장의 실수 덕분에 징역 8개월만 살고 출소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서면 형량 바꾸라 요구한 피고인… 법리적으로는 정당


서면 판결문에 '징역 8년'이 적힌 것을 확인한 A씨 측은 즉각 "법정에서 구두로 선고한 형량이 우선"이라며 판결문 수정을 요청했다. 범죄자의 뻔뻔한 요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 이 문제 제기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구두 선고와 판결서 내용이 다를 경우, 법원은 이를 판결서의 단순 오기로 본다.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은 '판결경정' 결정을 통해 판결서의 기재를 선고된 내용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판결경정은 문서의 오타를 수정하는 절차일 뿐, 이미 선고된 판결의 실체적 내용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이 판결문의 '징역 8년'을 구두 선고 내용인 '징역 8개월'로 수정한 절차는 적법한 처리였다.


2심 재판부의 '징역 8년' 원복… "죄책 매우 무겁다"


자칫 징역 8개월로 끝날 뻔했던 이 사건은 검찰의 항소로 제자리를 찾았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은 너무 가볍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전지법 제2-2형사부는 1심의 징역 8개월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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