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면 끝?" 부부싸움 3번 경찰서행, 변호사들 '이것' 경고
"합의하면 끝?" 부부싸움 3번 경찰서행, 변호사들 '이것' 경고
아내와 3번 다퉈 입건된 남편, "서로 처벌 원치 않는다"는데…

짧은 기간 3차례 부부싸움으로 입건된 남편은 상호 처벌 불원으로 사건 종결을 기대했지만, 변호사들은 가정폭력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베란다 유리창을 부수고, 모텔에서 베개로 싸우고, 핸드폰을 빼앗다가 밀치기까지. 짧은 기간에 3번의 부부싸움으로 경찰에 입건된 남편.
"서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선처를 기대했지만, 변호사들은 "가정폭력은 합의가 끝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반복된 신고가 부른 예상 밖의 결과는 무엇일까?
"유리창 깨고, 베개 던지고"…세 번의 다툼, 하나로 묶이다
사건의 시작은 집에서 벌어진 부부싸움이었다. 격분한 남편 A씨는 주먹으로 베란다 유리창을 쳤고, 유리는 산산조각났다. 다음 날 다툼은 계속됐고, 아내가 깨진 유리 조각을 손에 쥐는 위험한 상황까지 벌어지자 결국 A씨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깨진 유리도 바로 수리했다"며 "경찰이 검찰에 가정보호 쪽으로 사건을 넘겼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가 모텔에서 혼자 잠을 자던 날, 아내가 찾아와 뒤통수를 때렸고 A씨는 베개로 맞받아쳤다. 또 한 번은 서로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내가 A씨를 세 번 밀쳤고, 이 일로 A씨는 현행범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렇게 쌓인 3건의 사건은 모두 같은 검사에게 배당됐다. A씨는 "폭행 2건도 쌍방이었고, 처음부터 서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며 "폭행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게 맞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서로 처벌 원치 않아요"…폭행죄, 정말 처벌 못할까?
A씨의 기대와 달리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사건이 종결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폭행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가 맞다. 하지만 '가정폭력'이라는 특수성이 개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무룡 변호사(법무법인 해답)는 "가정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도 검사가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거나 기소유예 등 독자적으로 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부부끼리 '없던 일로 하자'고 합의해도,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사건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종득 변호사(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역시 "폭행 혐의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제기할 수 없는 유형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재물손괴는 원칙적으로 처벌불원과 무관하게 성립·처리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아람 변호사도 "가정폭력 사건은 재발 위험성과 가정보호 필요성을 함께 판단한다"며 처벌불원서 제출만으로 종결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형사 처벌 피하면 끝? '보호처분'이라는 또 다른 문턱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경로는 '가정보호사건' 처리다. 경찰이 A씨에게 "가정보호 쪽으로 송치했다"고 말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면 형사처벌(벌금, 징역 등) 대신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가정보호처분은 전과가 아니지만 공직자라면 불이익이 발생하고, 향후 영미권 국가 출입국 시에도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보호처분에는 접근금지, 사회봉사, 상담 및 교육 위탁 등이 포함된다. 범죄 기록은 아니지만, 법원의 공식적인 개입 조치인 셈이다.
윤관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이)는 "단순 폭행 한 건만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가정폭력 흐름으로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며 "3건이 모두 같은 검사에게 송치된 상태라면 '반복된 가정폭력 상황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복성이 관건"…전문가들 "재발 방지 노력이 핵심"
결국 A씨 사건의 향방을 가를 핵심은 '반복성'이다. 변호사들은 개별 사건의 경중보다 짧은 기간 내 충돌이 반복된 점을 검찰과 법원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한 변호사(법률사무소 한강)는 "지금은 '누가 더 잘못했다'는 주장보다, 재발 방지와 현재 관계 안정 여부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그는 "추가 신고나 물리적 충돌이 반복되면 사건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훈 변호사(법무법인 쉴드)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합의서, 수리영수증, 반성문, 상담이수 확인서를 제출하며, 재범방지 계획을 의견서로 소명하시길 권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형사처벌을 피하는 것을 넘어, 관계를 회복하고 폭력의 고리를 끊으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 이 사건을 '불행한 다툼'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