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인데 4년째 못 들어가”…중개사 책임 물었더니 ‘시효 만료’
“내 집인데 4년째 못 들어가”…중개사 책임 물었더니 ‘시효 만료’
‘실거주 예외’ 설명 안 한 중개사, 4년 뒤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말 한마디만 들었더라면”…중개사의 침묵이 낳은 참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내 돈 주고 산 집에 4년째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A씨는 2021년 2월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했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주하지 못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만 전달했다.
A씨는 매수인이 직접 거주할 목적(실거주)이 있으면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핵심 예외 조항을 전혀 듣지 못했다.
결국 세입자는 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해 계약을 갱신했다.
A씨는 자신의 집을 눈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로 인해 수년간 대체 거주지를 구하며 상당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A씨가 자신이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권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4년이 흐른 2025년이었다. A씨는 공인중개사의 설명 누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실거주' 예외 조항 설명 안 했다면 책임은?
법률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본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인이 거래의 중요 사항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확인·설명의무)를 규정한다. 김영호 변호사(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는 "매수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은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정보"라며 "이를 누락한 것은 확인·설명의무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통상 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매수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A씨가 입주하지 못해 발생한 대체 거주지 마련 비용, 이사 비용,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등이 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가장 큰 벽 '소멸시효 3년'…이미 늦었나?
하지만 A씨가 배상을 받기까지는 거대한 법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소멸시효'다.
안준표 변호사(법무법인 바른길)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며 "A씨가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2021년부터 시효가 진행됐다고 볼 경우, 2025년 현재는 3년이 지나 시효가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공인중개사 측이 이를 주장할 경우 A씨는 사실상 패소한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 역시 "2021년 2월에 집을 매수한 상황이라면 지금은 다툴 수 있는 시효 자체가 완성된 사안"이라며 "다툴 실익이 전혀 없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겨도 '반쪽 승리'?…과실상계와 입증의 무게
설령 소멸시효 문제를 피하더라도 난관은 남는다.
법원은 중개인의 과실과 별개로 계약 당사자 본인에게도 거래 내용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부주의를 일부 인정해 배상액을 깎는 '과실상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예외 조항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A씨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입증 책임'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계약 당시의 녹취, 문자 메시지, 특약사항 등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 소송 과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연은 부동산 거래에서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의 명백한 과실이 의심되지만, 소멸시효와 입증 책임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높아 실제 배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건은 복잡한 부동산 법규 속에서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중개인의 책임 범위에 대한 중요한 사회적 논의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