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신고 후에도 14시간 켜져 있던 장미란씨 휴대전화…수색 덮어버린 담당 경찰의 직무유기
실종신고 후에도 14시간 켜져 있던 장미란씨 휴대전화…수색 덮어버린 담당 경찰의 직무유기
30대 여성 장미란씨 실종 사건
담당 경찰관 '직무유기'로 입건

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모습. /연합뉴스
37세 여성이 실종됐지만, 담당 경찰관의 단독 허위 보고로 단 3시간 만에 수색이 종결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37살 장미란 씨의 가족은 석 달이 넘도록 애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골든타임을 허비한 배경에는 국가의 부실한 실종자 처리 시스템과 한 경찰관의 뻔뻔한 직무유기가 있었다.
거짓 통화 기록으로 덮어버린 3시간⋯ 가족은 3개월을 기다렸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장씨가 집을 나선 것은 지난 5월 12일. 사흘 뒤 남자친구가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통신 조회를 통해 장씨의 마지막 위치가 제주시 한림 인근임을 확인하고 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신고 접수 불과 3시간 만에 황당한 조치가 내려진다. 제주 서부경찰서 실종팀 소속 경장이 "장씨와 연락이 닿았고, 신고자에게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을 112 시스템에 입력한 것이다.
경찰의 말만 철석같이 믿은 가족들은 하염없이 장씨의 연락을 기다리다, 결국 지난달 다시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통신 기록을 들여다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해당 경장과 장씨 사이에는 어떠한 통화 기록도 존재하지 않았다.
유승민 작가는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제주경찰청은 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매뉴얼에는 대면 확인 필수라지만⋯ 현실은 나 홀로 전산 종결
도대체 어떻게 경찰관 한 명의 거짓말만으로 수사가 종결될 수 있었을까. 핵심은 크로스체크가 전무한 시스템 허점에 있다.
현재 경찰의 실종 처리 시스템상, 담당 경찰관이 혼자 판단하고 전산에 입력하면 이중 확인 절차 없이 사건이 종결된다.
성인 여성이 실종될 경우 범죄 연루 가능성을 고려해 중위험군으로 분류해 수색에 나서지만, 정작 종결 권한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셈이다.
관련 매뉴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 통합 매뉴얼상 실종자 수색 해제 시 대면 확인은 의무 규정이다.
유승민 작가가 전한 현직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찰관의 증언에도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아 가짜 행세하는 경우가 있어, 이 때문에 계속 대면 확인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면이 완강히 거부될 경우 영상통화를 하거나 인근 파출소라도 방문하도록 설득해야 하지만, 해당 경장은 이 모든 절차를 무시했다.
심지어 실종아동법 등에 따라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아예 정보 입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날아간 골든타임 14시간, 남겨진 가족의 눈물
경찰은 제보를 받고 뒤늦게 대규모 수색에 나섰지만 상황은 암담하다. 이미 석 달이 지나 인근 CCTV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무엇보다 장씨의 휴대전화가 최초 실종 신고 이후 무려 14시간 동안이나 켜져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처를 향한 공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단 한 명의 거짓말, 그리고 이를 걸러내지 못한 허술한 시스템이 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골든타임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재발 방지를 위한 경찰의 뼈아픈 쇄신과 시스템 개편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