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아들 '사업용'으로 명의 빌려줬더니…날아온 대출 독촉장, 구제받을 수 있나?
신용불량자 아들 '사업용'으로 명의 빌려줬더니…날아온 대출 독촉장, 구제받을 수 있나?
아버지 신분증으로 휴대폰·통장 개설해 대출, 멋대로 연대보증인 등록…신용등급 하락·카드 정지 피해

아들이 아버지 명의로 몰래 대출받아 생긴 빚은 '무권대리'에 해당해 무효화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신용불량자인 아들을 돕기 위해 '사업용'으로 명의를 빌려줬던 아버지 A씨는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
최근 A씨의 아들 B씨는 사업에 필요하다며 A씨 명의로 통장과 휴대폰을 개설했다. A씨는 사업에만 쓴다는 아들의 말을 믿고 신분증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그러나 석 달 뒤 A씨에게 날아온 것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상환 독촉장이었다. 아들 B씨가 아버지 명의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심지어 A씨를 연대보증인으로까지 멋대로 등록해버린 것이다.
A씨는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카드까지 정지되는 피해를 봤다. 아버지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이 대출과 연대보증, 무효로 하고 빚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업용' 허락이 '대출' 허락될까…'표현대리'가 관건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부당한 채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은 A씨가 대출이나 연대보증에 전혀 동의한 바 없으므로, 아들 B씨의 행위는 '무권대리(권한 없는 대리행위)'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A씨에게 효력이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아버지가 대출 및 연대보증 계약에 동의하거나 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없으므로, 해당 계약은 무권대리이자 명의도용에 해당하여 무효"라며 "금융기관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채무 부담 의무가 없음을 확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기관 측이 A씨의 책임을 주장하며 맞설 가능성이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통장과 휴대폰 개설을 허락한 것을 근거로, 민법상 '표현대리'가 성립한다고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대리란 대리권이 없는 자가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그를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상대방에게 있었다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승낙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허락의 범위가 '사업용 통장과 휴대전화 개통'에 한정되었다는 점, 대출에 관하여 별도의 설명이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공동법률사무소 온기 권장안 변호사 역시 "판례는 비대면 대출에서 금융기관이 형식적 본인확인만 거친 경우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명의도용 휴대폰 인증만으로 실행된 대출은 무효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추가 피해 막고 채무 소멸시키려면…'민·형사 동시 대응'
변호사들은 억울한 채무를 해결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민사·형사 절차를 동시에,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아들 B씨를 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아들을 처벌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명의도용 사실을 공식적으로 입증하고 금융기관의 독촉을 막기 위한 첫 단추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경찰 수사 후 발급받은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금융기관에 제출해 채무 독촉 및 강제집행을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며 "금융기관이 자체 처리해 주지 않을 경우,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무효를 확정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추가 피해를 막는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지금 급한 것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를 끊는 일"이라며 "엠세이퍼(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서 가입사실현황을 조회하고 신규 가입을 제한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금융기관이 끝까지 채무 변제를 요구하면 결국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형사 고소에서 B씨의 유죄가 인정되면 민사 소송에서 매우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형사고소와 채무분쟁을 따로 진행하면 불리한 자료가 생길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민·형사 대응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