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했더니 1000만원 소송…치료사의 눈물
'괴롭힘 신고'했더니 1000만원 소송…치료사의 눈물
'메신저 유출' 역공에 법조계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치료사가 가해자로 지목한 동료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던 치료사가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한 동료들에게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가해 동료들은 '사내 메신저 유출' 피해를 주장하지만, 법조계는 개인의 행위와 회사의 인사 조치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소송의 핵심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행복하려 왔는데"…피해자에서 피고로 뒤바뀐 운명
"행복해지겠다고 말하며 울산에 내려온 것이 입사하던 때였습니다. 이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 멍한 상태입니다." 울산의 한 재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작업치료사 A씨는 법률 상담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동료들과의 갈등으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겪었던 A씨. 하지만 그가 이전에 제기했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센터장과 팀장 선에서 덮였고, 정작 인사팀에는 공유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상황은 A씨가 2026년 2월 9일, 한 통의 소장을 받으면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그는 피해자가 아닌 '피고'가 됐다.
'메신저 유출' 주장하며 1000만원 청구...엇갈린 진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과거 함께 일했던 물리치료사 동료 2명이었다. 이들은 A씨에게 각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원고 측은 A씨가 2025년 9월 5일, 자신들의 사내 메신저 개인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출력해 상급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센터 내 간부들과의 신뢰관계 훼손 ▲모욕감 및 정신적 고통 발생 ▲6층 격리치료실로 근무지 변경(징계성 인사조치 주장) ▲근무환경 악화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각자 자진 퇴사한 이후였는데, 그중 한 명은 12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신고하며 실업급여 수급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는 상하관계가 아닌 동료라는 이유로 노동청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조계 "인과관계 입증 핵심…정당방위 주장 가능"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소송의 승패는 A씨의 행위와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법원은 통상 회사 조치가 개입된 손해에 대해 ‘개인 피고의 행위와의 인과관계’와 ‘증거’를 엄격히 본다"며 "초기 방어전략은 ‘사실 부인/증거요구 + 인과관계 차단 + 손해액 다툼’으로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 역시 "원고들은 메신저 내용 유출로 인해 신뢰관계가 훼손되고 격리치료실로 근무지가 변경되었다고 주장하나, 인사 조치는 인사권자인 센터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회사의 인사 조치를 개인인 A씨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고가 이전에 보고했던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이 은폐된 정황은 이번 민사 소송에서 피고의 행위가 악의적인 공격이 아닌, 자신의 피해를 구제받기 위한 정당한 방어 과정이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A씨의 행위가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소장 수령 후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A씨가 겪었던 괴롭힘 피해와 회사의 은폐 정황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