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SM 성행위…‘살려달라’ 외쳤는데 전부 무죄, 왜?
8시간 SM 성행위…‘살려달라’ 외쳤는데 전부 무죄, 왜?
"가학 성행위" 남성 무죄
법원 "합의로 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트위터(현 X)라는 익명 공간에서 시작된 만남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5월, 피고인 A씨와 피해자 E씨(여, 25세)가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되면서부터다.
당시 A씨의 트위터 계정에는 '노예로 키우고 싶다', '구멍 뚫어준다' 등 변태적 성행위를 암시하는 글들이 게시되어 있었고, 피해자 E씨는 이를 알고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5월 30일 새벽, E씨가 일하는 노래방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은 곧장 인근 호텔로 이동해 성관계를 가졌고,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E씨의 나체와 신체 부위를 촬영했다. 검찰은 이 촬영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문제는 그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두 번째 만남'이었다. A씨는 "동영상 찍은 거 기억하지?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라며 E씨를 협박해 다시 불러냈다.
이후 두 사람은 모텔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무려 8시간 동안 엽기적인 행각이 벌어졌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A씨는 E씨의 목에 쇠사슬이 달린 개목걸이를 채우고, 가죽 수갑으로 결박했다.
항문에 샤워기로 물을 주입하거나, 채찍으로 온몸을 20여 차례 가격하기도 했다. 성인용품을 이용한 가학적 행위와 강제적인 성관계도 이어졌다.
E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A씨가 이를 무시하고 범행을 지속했다고 진술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관계만 보면 전형적인 '리벤지 포르노 협박'에 의한 감금, 강간, 가혹행위 사건으로 보인다. 검찰 역시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유사강간, 강간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전부 무죄'였다. 도대체 8시간 동안 밀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일까.
"살려달라" 외쳤다는데... 증거가 가리킨 '반전'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피해자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 사이의 모순이었다.
우선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복원된 사진 속 E씨의 모습이 결정적이었다.
사진 속 E씨는 성인용품이 삽입된 상태에서 양손으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벌리고 있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몰래 찍은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촬영이 불가능한 포즈"라고 지적했다.
또한 E씨가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선택적 기억'을 보인 점도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E씨의 SNS 활동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E씨는 평소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의 나체 사진이나 자위 동영상을 올리고 남성들의 반응을 즐겨왔다.
법정에서 'SM플레이(가학-피학 성행위)'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할 정도로 관련 지식도 있었다. 재판부는 E씨가 A씨의 변태적 성적 취향을 이미 알고 만났으며, 첫 만남부터 합의하에 성인용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동영상 지우려 다시 만났다" 주장의 허점
사건의 핵심 쟁점인 '협박에 의한 재만남'과 '가학적 강간' 혐의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E씨는 A씨가 첫 만남 때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 어디에도 협박이나 회유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A씨가 E씨에게 성관계 대가로 2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협박을 당해 끌려나온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굳이 돈을 줄 이유가 없다"며 이를 성매매나 합의된 만남의 정황으로 해석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탈출 기회'였다. 8시간 동안 이어진 가혹행위 도중 A씨가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해 E씨를 제압한 정황은 없었다.
E씨는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했지만, 정작 고통을 호소하며 행위를 중단시키거나 도망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더욱이 E씨는 사건 직후 A씨를 신고하는 대신 트위터 계정을 탈퇴하고 관련 증거를 삭제했다. 이는 피해 사실을 감추거나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법원 "성적 취향 다르다고 범죄 아냐... 입증 부족"
재판부는 E씨가 남자친구에게 외도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혹은 남자친구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허위로 강간 피해를 주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E씨는 사건 다음 날 남자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고, 이후 경찰에 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일반적인 관점에서 엽기적이고 가학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결국, 쇠사슬과 채찍이 난무했던 그날 밤은 '범죄'가 아닌, 두 사람의 합의된 '변태적 성유희'로 법적 결론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객관적 증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