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숨지게 하고, 시신 버렸어도…다시 의사로 일할 수 있다
환자 숨지게 하고, 시신 버렸어도…다시 의사로 일할 수 있다
징역 1년 6월, 실형 확정된 병원장⋯2014년 의사면허 취소됐지만
3년 뒤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 거부하던 보건복지부 법원서 패소

지난 2012년 지인에게 수면 유도제를 불법 투여했다가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했던 의사. 이런 그에게 법원이 "잘못 뉘우치고 있으니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의사 면허 재교부 판결을 내렸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투여해 사람을 숨지게 만들고, 그 시신까지 내다 버린 사람. 그의 직업은 다름 아닌 '의사'였다.
서울의 한 병원장이었던 A씨는 지난 2012년 지인이 "수면장애가 심하니 잠을 푹 잘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프로포폴과 비슷한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을 섞어 불법 투여했다. 하지만 지인은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호흡 정지로 사망했고, A씨는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실은 차량을 공원 주차장에 버리고 도주했다가 뒤늦게 자수했다.
결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사체유기죄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고 징역 1년 6월에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후 지난 2014년엔 의사면허도 취소됐다.
하지만 이 사건 A씨는 조만간 의사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의사면허를 다시 교부해달라"는 A씨 요구를 거부해왔는데, 법원이 A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의료법상 A씨처럼 마약류관리법 위반 행위 등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제65조 제1항 제1호). 해당 혐의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3년간 면허 재교부 역시 제한된다(제65조 제2항).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자체가 현행법상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A씨가 저지른 행위가 그만큼 중대 범죄에 해당했다는 걸 방증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보건복지부가 다시 항소하긴 했지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A씨는 다시 의사로 복귀하게 된다.
이런 경우가 비단 A씨만의 특별 사례는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 건은 96건. 그중 약 90%에 해당하는 88건이 그대로 인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마약 전과가 있거나 △리베이트 등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고 △무면허자에게 의료행위를 시켰다가 면허가 취소됐던 의사여도 그랬다.
아무리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가 취소됐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활동을 재개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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