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일했는데 돈 토해내라니…개발자 울린 갑질 계약
80% 일했는데 돈 토해내라니…개발자 울린 갑질 계약
법조계 “환불 의무 없어, 되레 추가 대금 청구 가능”

4년간 80%를 완성한 개발자에게 고객사가 계약 파기 및 환불을 요구했다./ AI 생성 이미지
4년간 공들여 80% 완성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고객사는 돌연 계약 지연을 문제 삼아 파기를 통보하며 이미 지급한 돈 25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새 업체가 참고해야 한다며 소스코드까지 넘기라고 했다. 법조계는 “명백한 부당 요구”라며 개발자의 손을 들어줬다.
4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돌아온 건 환불 요구서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운영하는 A씨는 2022년 4월, 총액 6600만원에 고객사와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고객사의 끊임없는 추가 작업 요구와 그에 따른 난이도 상승으로 개발은 하염없이 지연됐다. 2년이 지난 2024년 5월, 전체 공정의 80% 이상을 진행했음에도 고객사는 “결과물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작업을 중단시켰다.
양측은 2024년 6월, 기존에 지급된 4620만원(총액의 70%) 외 추가 지급 없이 전면 재개발에 착수하는 2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다시 개발에 매달렸고, 2026년 1월 기준 새 결과물의 완성도를 80%까지 끌어올렸다. 약 4개월 후 완성을 약속했지만, 고객사는 “계약 기간이 너무 초과됐다”며 다른 회사와 새로 개발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황당한 요구를 해왔다. 새 업체가 참고해야 하니 그동안 A씨가 작업한 결과물을 넘기라는 것. 그 대가로 이미 지급한 4620만원 중 25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진행된 공정보다 적은 돈을 받은 상태에서 돈까지 돌려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변호사들 “환불 아닌 추가 대금 청구할 사안”
억울함을 느낀 A씨의 사연에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환불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못 받은 돈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핵심 근거는 ‘기성고(旣成高, 이미 완성된 부분의 비율)’다.
김영호 변호사(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는 “전체 공정의 80%를 완료한 상태에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A씨는 이미 완성된 기성 부분에 대한 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며 “현재 70%의 대금(4,620만원)만 지급받았으므로, 추가로 10% 상당의 대금(약 660만원)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민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고객사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A씨가 전체 공정의 80%를 완성했고 상대방이 다른 업체에 넘기기 위해 그 결과물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A씨가 수행한 업무의 경제적 가치를 상대방도 인정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개발 지연의 책임이 고객사의 잦은 추가 요구에 있었다면, 계약 해지 자체가 부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스코드’는 최강의 협상 카드…섣부른 인도는 ‘독’
변호사들은 고객사의 ‘소스코드 인도’ 요구를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홍윤석 변호사(제로변호사)는 “소스코드 등 결과물은 A씨가 가진 가장 강력한 협상 수단입니다. 합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절대 결과물을 넘겨주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만약 고객사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수세적으로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됐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만약 고객사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답변서를 통해 기성고 법리를 주장하며 청구 기각을 구하는 동시에, 미지급된 기성고 대금(660만원 + α)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이 싸움의 승패는 ‘객관적 증거’에 달렸다. 정준현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업무 일지와 서버 로그 그리고 고객사의 추가 요구 사항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된 정황을 증거로 정리하여 계약 지체의 책임이 상호 간에 있음을 명확히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섣불리 2500만원을 돌려주거나 소스코드를 넘기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을 모두 잃게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