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가서 전화해달라"… 11세 여아 유인 시도 60대 남성 구속
"차에 가서 전화해달라"… 11세 여아 유인 시도 60대 남성 구속
11세 하굔길 노린 60대 구속
“물리적 접촉 없어도 기망·유혹 시작되면 처벌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난 9월 29일 오후 6시께, 부산 강서구 지사동에서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11세 미성년자 B양에게 60대 남성 A씨가 접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B양에게 "차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여성에게 전화를 한 통 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하려 했다.
이는 B양을 자신의 차량이라는 밀폐된 공간으로 데려가 사실상 지배하에 두려는 명백한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B양이 A씨의 요청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A씨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8월에도 또 다른 미성년자를 유인하려 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A씨에게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전과 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A씨는 사건 관련 기록과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전화 요청" 발언, 실행의 착수 인정되나?
핵심 쟁점은 A씨가 "차에 가서 전화해달라"는 말로만 미성년자를 유인하려 한 행위가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의 실행의 착수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형법 제294조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한다.
물리적 접촉 없어도 '기망·유혹' 개시하면 유인죄 착수
법조계는 A씨의 행위가 미성년자유인미수죄의 실행의 착수로 인정된다고 분석했다.
현행 법리는 미성년자유인죄에 대해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하여 미성년자를 꾀어 그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자유로운 생활관계로부터 이탈하게 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행의 착수 시기다. 법원은 "미성년자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 아래로 옮기기 위하여 기망·유혹의 수단을 개시한 때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본다.
즉, 반드시 물리적인 접촉이 있어야 착수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를 유인하기 위한 기망이나 유혹 행위를 시작한 이상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미성년자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태도다.
'차에 가서'는 단순한 요청이 아닌 밀폐 공간 유인 시도
A씨의 "차에 가서 전화해달라"는 발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인 행위의 개시로 판단됐다.
- 기망·유혹의 명백한 시작: A씨는 "전화를 해달라"는 명목으로 11세 미성년자를 자신의 차량이라는 밀폐된 공간으로 오도록 유도했다. 이는 미성년자가 거부하기 어려운 단순하고 무해해 보이는 요청을 구실로 삼아 유혹한 전형적인 수단이다. 과거 판례에서도 만 5세 미성년자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테니 우리 집으로 가자"고 말한 행위 역시 기망 또는 유혹행위로 인정된 바 있다.
- 사실적 지배로의 이전 시도: A씨는 단순히 공개된 장소에서 말을 건 것이 아니라, 일단 탑승하면 피해자를 사실적 지배하에 두기 용이한 차량 내부로 유인하려 했다. 유인 의사의 명백한 외부 표현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 피해자의 특성 고려: 피해자 B양은 11세의 어린 미성년자로서 지려(智慮)와 경험이 충분하지 못해 성인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법원은 미성년자의 특성을 고려해 A씨의 행위를 피해자에 대한 기망 또는 유혹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 반복적 범행 의도: A씨가 과거 8월에도 미성년자를 유인하려 한 정황이 확인된 점은, 이번 "전화 요청" 행위가 우연이 아닌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범행 의도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묻지마 범죄' 시도에 대한 사법부의 강력한 경고
종합적으로 볼 때, A씨가 11세 미성년자 B양에게 "차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여성에게 전화를 한 통 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행위는 미성년자를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하기 위한 기망 또는 유혹행위의 개시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록 B양의 거부로 범행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A씨에게는 형법 제287조, 제294조에 따른 미성년자유인미수죄가 성립하며, 구속영장 발부는 이러한 법적 해석과 더불어 반복적인 범행 시도 정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은 물리적 접촉이 없었더라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유인 시도가 구체화되는 순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단호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