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미끼에 통장 넘겼다가 5천만원 '날벼락'…'나도 피해자'인데 배상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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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미끼에 통장 넘겼다가 5천만원 '날벼락'…'나도 피해자'인데 배상해야 하나?

2025. 12. 01 12:1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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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이 필요해 전달한 인증서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후, 형사 벌금에 이어 거액의 민사소송까지 당한 사연. 대출 사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보이스피싱의 가해자로 몰린 이들의 법적 책임과 대응 방안을 심층 분석했다.

대출 미끼에 통장을 빌려주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통장 빌려줬다 5천만원 소송…'나도 피해자' 항변, 통할까?


법원에서 온 등기우편 한 통이 A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피고 A씨는 원고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 서류였다.


대출이 막막해 '거래 내역만 있으면 된다'는 말에 공인인증서를 넘겼을 뿐인데, 통장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였고 이제는 거액의 빚까지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형사 벌금에 이어 날아든 민사소송, A씨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벌금 내면 끝인 줄 알았는데"…형사와 민사는 '별개의 저울'


많은 이들이 A씨처럼 형사 처벌을 받으면 모든 법적 책임이 끝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법의 저울은 두 개다.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은 별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만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며 "형사상 사기방조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사 책임의 핵심으로 '과실(부주의)'을 꼽았다. 윤 변호사는 "민사상 책임은 고의가 없고 '과실'만 있는 경우에도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즉, 범죄에 가담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자신의 통장이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조금이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나도 속았을 뿐'…법원은 왜 '공범'으로 보나?


A씨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다. 자신 역시 대출 사기를 당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경우 '과실에 의한 방조범', 즉 부주의로 범죄를 도운 공범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


법률사무소 율선의 홍경열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에 연루되어 통장이 사용되고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것은 사기의 공범이 되었다는 이야기"라며 "그래서 피해자가 사기의 공범인 A씨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사 출신인 서아람 변호사 역시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범이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명확하게 몰랐더라도 범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정상적인 대출 절차, 신원 불명의 상대방에게 핵심 금융 정보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사회 통념상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며, 여기서 '과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장 받고도 '나 몰라라'…'공시송달' 거치면 5천만 원 빚더미 현실 된다


그렇다면 A씨는 5000만 원을 전부 물어줘야 할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송을 외면하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당한 이상 상대방이 아무리 과도한 주장을 하더라도 대응하지 않는다면 상대방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져 전부 승소하는 판결이 내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판결이 나면 월급 압류 등 강제집행을 통해서라도 갚아나가야 한다"며 무대응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법정에 나오지 않는 피고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소지에 없다는 이유로 소장을 받지 못하면 법원 게시판에 일정 기간 게시함으로써 송달된 것으로 치는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패소 판결이 확정될 수 있다. 법무법인 창세의 김솔애 변호사 역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게 되면, 원고 측이 청구한 5000만 원 전부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며, 소송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도 피해자' 항변 넘어…'과실상계'로 배상액 줄이는 법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길은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나도 피해자'라는 하소연을 넘어, 체계적인 법적 대응으로 배상 책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 전략은 3단계로 요약된다.


1단계는 신속한 초기 대응이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소장 송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 것을 강조했다.


2단계는 고의가 아닌 과실이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즉, 범죄에 가담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대출을 받으려던 의도가 있었던 점과 자신 역시 사기 피해를 본 점을 강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당시 사정과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해 고의가 아닌 피해자로서의 측면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3단계는 '과실상계' 주장이다. 이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보낸 원고(피해자)에게도 부주의한 책임이 일부 있다는 점을 법원에 호소해 배상액을 깎는 핵심 전략이다. 제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이주현 변호사는 "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다투고 이를 감액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여 최대한 금액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이 필요하다"고 소송의 목표를 명확히 했다.


실제로 법원은 통장 명의자의 책임을 50~70% 선으로 제한하는 판결을 종종 내린다. 결국 얼마나 논리적으로 자신의 과실이 적고 상대의 과실도 있는지를 법정에서 증명하느냐에 따라 배상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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